"트럼프 자랑은 '도둑 없는 나라에 도둑 많이 잡았다'고 하는 꼴"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도둑이 별로 없는 나라에 우리가 도둑을 더 많이 잡았다고 자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력을 뽐내기 위해 한국과 검사량을 비교한 데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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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미국의 검사량이 1천만건을 돌파할 것"이라며 "인구 대비 검사량은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보다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정부 노력 덕분에 5월만 따져도 모든 주(州)의 1인당 검사량이 한국의 지난 넉 달 검사량을 능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보건 차관도 "모두 한국이 표준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인구 대비 두배는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렇게 미국이 한국과 비교하며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양국에 첫 확진자가 보고된 날이 같기 때문이라는 게 WP의 시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서는 즉각 검사를 시작해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지만 미국은 대응이 늦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WP는 평가했다.
특히 백악관이 내놓은 통계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양국의 차이점은 한국의 경우 이미 두 달 전에 1인당 검사량이 많았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검사량 차이의 단순 비교는 정부 대응력을 평가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문은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자료를 인용해 양국 검사량과 시기를 비교했다.
최근 3일 추이만 본다면 미국이 한국보다 12배가량 많았지만, 지난 3월 10일로 되돌리면 한국이 미국의 40배 가까이 검사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리 감염자를 확인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은 채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한국은 초기 검사량이 많았기 때문에 확산세가 떨어졌고, 이후 검사량이 많을 필요가 없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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