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수업재개 '모험수'…"등교는 경기회복 첫걸음"

입력 2020-05-12 11:39  

지구촌 수업재개 '모험수'…"등교는 경기회복 첫걸음"
열감지·마스크식당칸막이·조례금지 등 각양각색
"휴교 탓 직장 못간다" 한배 타게 된 교육권·경제
어린이 무증상 전염 가능성 높다는 연구에 걱정 태산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봉쇄를 택한 나라들이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개학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뿐만 아니라 휴교 때문에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취한 조처지만 수업재개는 재유행 우려 때문에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지역 여러 나라가 코로나19 봉쇄책으로 단행된 수업중단령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제하고 있다.
코로나19 진정세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들 국가가 개학에 모험수를 둔 까닭은 경제활동 재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에 있다.
휴교 기간에는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들의 출근도 제한돼 나라 경제 활동이 정체된다. 개학으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 육아에 숨통이 트이는 학부모들이 일터에 복귀함으로써 마비된 경제에 일부 시동이 걸린다는 얘기다.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문을 재개방했다.
중국에선 학생들에게 학교출입 전 체온 측정을 하도록 하고, 교내 식당 식탁에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한 곳도 있다.
호주 시드니에선 우선 일부 학생들만 주 1일 등교시키는 것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등교 학생과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과 일본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학을 시도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 2월에 이미 개학을 했는데, 교내 조례 활동이 중단됐고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유럽 국가들도 제각기 다른 형태로 개학을 추진 중이다.
이들 가운데 독일과 같은 고소득 국가는 선진적인 보건, 교육 정책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험장으로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독일은 최근 일부 학교 개학을 하며 학급당 학생 수를 반으로 줄였다. 학교 복도에선 일방통행만 허용하고, 교사들은 마스크를 써야 하며, 환기를 위해 창문과 문을 개방해 학생들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라는 권고를 했다.
또한 고학년 학생들이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지침을 더 잘 따를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개학을 먼저 시행했다.
반면 덴마크는 어린이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적고 부모들에게 가장 의존적이라며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운영을 우선 재개했다.
프랑스 역시 오는 12일 유치원을 우선 개원한 후 이달 말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개학에 나설 예정이다. 고등학생들은 당분간 원격 수업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벨기에, 그리스, 호주 역시 조만간 일부 학년에 한해 개학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일부 국가는 가을까지 개학을 미룬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감염 위험이 소멸한 건 아니지만, 위생 수칙만 철저히 지킨다면 개학은 비용보다 이득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독일 베를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조피 루테는 특히 저소득층 아동들이 폐교로 고통받는다고 NYT에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을 아예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는 학습 장애부터 아동 학대에 이르는 모든 일을 통제하는 기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학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에 비춰보면 어른보다 아이들이 심한 코로나19 증상을 겪을 위험이 낮다고 볼 순 있지만, 어린이에게 호흡부전이나 심장 이상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없진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전염력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검사 및 추적이 어렵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바이러스 연구소장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최근 어린이가 어른과 같은 양의 바이러스를 보유해 어른과 전염력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제한 없는 개학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물론 중국 푸단대 공중보건대학 소속 연구자인 장 쥐안쥐안 등이 최근 어린이들은 기침 등 증상이 비교적 약해서 어른보다 바이러스 전염력이 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고위험 병원균 관련 부서 팀장인 리처드 피바디는 "증거가 결정적인 게 아니다"라며 "개학을 매우 점진적으로 하고 역학을 면밀히 감시하라"고 조언했다.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 때문에 학업에 영향을 받고 있는 학생은 162개국 12억1천588만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학생의 69.4%에 해당하는 수치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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