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규제 면제 특례…상의가 '원스톱' 지원, 정부와 공조
박용만 "미래를 우선 평가해야"…정 총리 "기업 혁신이 국가 혁신"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민간이 주도하는 샌드박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범했다.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정부를 중심으로 샌드박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에서 샌드박스를 주도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을 열었다.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발전방안'에 따라 설치됐다. 관련 법안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날부터 정식 시행됐다.
출범식에서는 110인치 디지털 사이니지가 현판을 대신했다. 참석자인 정세균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태블릿 버튼을 누르자 샌드박스 활용 사례를 담은 '미래를 여는 길-샌드박스' 영상이 상영됐다.
박용만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을 벌이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제도로 인해 시도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입법 무산이나 소극 행정 때문에 사업이 막힌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최후의 보루가 샌드박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점보다는 '미래 가능성'을 우선 평가해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넓히고 그 길을 가로막는 턱은 낮출 해법을 찾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강조했다.
정세균 총리는 "속도가 생명인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샌드박스"라며 "대한상의가 먼저 샌드박스 성공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고, 정부도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 혁신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기업의 혁신이 모여 국가의 혁신을 이룬다.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과제로 규제 혁신을 최우선 강조하겠다"며 "정부는 민간의 역량을 믿고, 할 수 있는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상의 샌드박스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한 뒤 기업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샌드박스 신청이 100여건 몰렸다.
상의 관계자는 "비대면 의료, 공유경제를 중심으로 이미 과제 57건이 진행 중으로, 출범하자마자 대기번호가 58번인 셈"이라며 "심사를 진행 중이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깜짝 놀랄 사업 모델이 많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법령에 근거한 국내 유일 민관 합동 지원기구로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융합, 금융위원회의 금융 등 전 산업분야 샌드박스를 신청할 수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신청 전 과정을 무료로 지원하고 각 부처는 민간 과제를 우선해서 해결하는 '찰떡 공조'를 해나갈 계획이다.
이날 이인용 삼성전자[005930]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005380] 사장, 김기웅 위쿡 대표,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등 기업인들도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정세균 총리 주재 현장 간담회에서 거듭 기업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인용 사장은 "샌드박스를 통해 더 많은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김기웅 위쿡 대표는 "공유주방이 허가되면서 전통 산업인 식음료 산업에 혁신의 물꼬가 트였다"며 "샌드박스 특례 후 연 매출이 2배 늘고 창업 비용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는 홈페이지(sandbox.korcham.net)나 지원센터(02-6050-3000∼2)를 통해 문의·신청하면 된다.
대한상의는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실증 특례비 1억2천만원, 책임보험료 1천500만원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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