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음성판정 후 증상지속 사례 속출…경증환자도 같은 경향 "
"감염 이전 상태로 복귀 못하고 있다" 호소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앓았던 환자 상당수가 '완치' 판정을 받고도 계속 증상을 호소하며 감염 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서구 국가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탈리아 감염자의 사례를 통해 일부 환자에서 코로나19 회복기가 비정상적으로 긴 특이성을 보인다고 1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 피해가 특히 심각한 북부 밀라노 인근에 사는 색상 개발자 모레노 콜롬비(59)는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3월 16일 검사에서 음성으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콜롬비는 아직도 마른기침과 피로감 증세에 시달린다.
그는 "정상적인 내 리듬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폐 손상이 일어날 정도로 증세가 심했다면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완전한 원상 복구는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증이 아닌 환자 중에도 증세가 몇주씩 사라지지 않고,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 완화를 반복하는 특이한 '완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를 가르치는 마르티나 솔리니(29)도 "증상이 떠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솔리니는 3월 초에 미열로부터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기침과 인후통은 없어졌고 3주 만에 미각과 후각은 돌아왔지만 그 후 복통, 피로감이 나타났고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증상으로 솔리니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느낀다.
이탈리아의회의 에드문도 치리엘리(71) 의원은 3월 중순에 양성 판정을 받고 일시적으로 심한 호흡기 증상을 보여 잠시 입원했지만 폐렴을 앓을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다. 상태가 호전된 치리엘리 의원은 자가 격리에 들어간 후 심한 무력감, 인후통, 설사 증세를 겪었고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상태가 나빠졌다.
그는 "어느날 괜찮았다가 그다음 날은 나빠졌다. 증상이 정점에 도달했다가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라 한달간 오르내리락을 반복했다"며 변덕스러운 증상을 묘사했다.
증상이 생긴 지 40일 후 바이러스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눈이 따갑고 설사를 하는 증상은 가시지 않았다.
다른 다수 환자도 코로나19의 피로감과 무력감 증세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된다.
북부 베르가모 주민 알베르티나 보네티(77)는 3월 7일 증상이 시작된 후 지금도 숨 가쁨과 피로, 감각상실에 겪고 있다.
보네티는 "바이러스가 몸 안에 뭔가를 남겨놨다"며 "결코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어떠한 이유에선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에 비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아울러 코로나19는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전신을 공격하며 신장, 심장, 간,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손상 중 일부는 코로나19의 2차 감염에 따른 결과다.
NYT는 코로나19의 무차별적이고 집요한 공격성을 거론하며 "환자들에게 나타날 장기적 변화는 누구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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