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언론 "조작 가능성" vs 러시아 "조기 진단·치료 덕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사망률(치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 언론매체들이 러시아 정부의 고의적 통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러시아 당국은 조작은 있을 수 없다면서 조기 진단검사로 감염자들을 초기에 치료한 데 따른 성과라고 주장했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췄을 수 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앞선 보도를 반박했다.
골리코바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희생자 수치를 포함한 공식 통계를 조작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 러시아의 코로나19 평균 치명률은 (세계 평균치보다) 7.6배나 낮으며, 모스크바의 치명률만 보면 6.8배 낮다"고 소개했다.
FT는 앞서 러시아의 실제 코로나19 치명률이 러시아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보다 70% 이상 높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1일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시 정부가 공개한 4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 자료를 인용해 당국이 감염증 사망자를 과소 집계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8일 모스크바시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4월 관내 사망자는 지난 5년간의 4월 사망자 평균치보다 약 1천700명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스크바시가 발표한 4월 코로나19 사망자는 658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코로나19 외에 별다른 사망자 급증 요인이 없는 가운데 올해 4월 사망자가 평년치보다 매우 증가했음에도 모스크바시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당국이 감염증과 연관된 사망자를 공식 집계에 모두 반영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하면서 러시아의 코로나 치명률은 실제로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현황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2천243명으로, 미국·스페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천116명으로 세계 18위다.
러시아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도 14명으로, 전 세계 평균인 37명의 절반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로 계산되는 치명률로 보면 러시아는 0.9%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치명률이 높은 프랑스(15%), 이탈리아(13.9%), 스페인(9.9%) 등은 물론 유럽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 국가로 평가받는 독일(4.4%)이나 세계적 모범 국가인 한국(2.4%)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일각에선 이처럼 낮은 러시아의 치명률에 대해 통계 방식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어떤 나라는 코로나19 의심 증상만 보이다 사망해도 감염증 사망자로 집계하고 또 어떤 나라는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사망한 모든 사람을 코로나19 사망자로 잡지만, 러시아는 코로나19가 직접적 사망 원인이라는 최종 판정이 난 경우에만 감염증 사망자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사망했더라도 직접 사인이 다른 지병일 경우 감염증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자체 진단키트로 하루 20만 건에 달하는 광범위한 검진 검사를 실시하고 조기에 감염자를 발견해 병이 심각한 상태로 진전되기 전에 서둘러 치료하면서 치명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러시아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 멜리타 부이노비치는 이날 러시아가 고의적으로 치명률을 축소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부이노비치는 다만 "러시아 코로나19 치명률 자료를 재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집계 과정에서의 실수에 의한 통계 오류 가능성은 열어 뒀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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