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콧 존슨 살해혐의 현지인 검거…"동성애 혐오 범죄"
자살로 처리됐다 유족 노력에 재수사…피살자 형 "이것이 동생의 뜻"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호주에서 32년 전 숨진 채 발견된 미국인 대학생의 살해 용의자가 유족의 끈질긴 노력 끝에 붙잡혔다.
호주 경찰이 12일(현지시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살인사건의 용의자 스콧 프라이스(49)를 시드니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스콧 존슨은 1986년 동성 연인을 따라 호주 시드니로 건너갔다가 2년 뒤인 1988년 맨리 인근 노스헤드 해변 절벽 아래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나이 고작 27세 때였다.
경찰은 첫 조사 당시 존슨의 죽음을 자살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족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사후 검시 청원을 제기했다.
존슨 가족의 3번째 청원이 있었던 2017년, 한 검시관이 스콧의 사인을 동성애 혐오 범죄로 밝혀냈고 이후 경찰이 재조사 끝에 진범을 체포하게 됐다.
앞날이 창창했던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기 위해 30여년 간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유족은 범인 검거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존슨의 형 스티브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감정이 북받치는 날"이라면서 "동생은 내 가장 친한 친구였고, 그는 내가 이렇게 하기를 정말 바랐을 것"이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스티브는 "목숨을 잃은 수많은 성 소수자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오늘 일로 위로를 받았길 바란다"며, 존슨 살해 용의자 검거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문이 열리기를" 기대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믹 풀러 경찰서장도 스티브에게 체포 소식을 알리며 "경력 중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묘사했다.
퓰러 서장은 "법적 절차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존슨 가족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호주 경찰은 존슨 가족에게 당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점과 성 소수자 사회를 보호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했다.
용의자는 13일 법정에 세워진다.
한편 존슨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1980년대 이 지역 해변에서 잇따라 발생한 또 다른 동성애 혐오 살인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80여명의 남성 성 소수자가 존슨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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