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예견된 것이기는 하나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실업자 증가 속도가 무섭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 동기대비 47만6천명 감소했다. 외환위기로 실업 쓰나미가 덮쳤던 21년 전인 1999년 2월(-65만8천명) 이후 최악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49만2천명이 늘었으나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3월엔 19만5천명 줄었고, 4월엔 그 폭이 확대됐다. 3월과 마찬가지로 지난달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음식·숙박업·교육·관광 등 서비스업에서 실업자 급증세가 지속했다. 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가 21만2천명, 교육서비스업에서 13만명이 감소했다. 실업 충격은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임시직은 58만7천명 줄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일용직은 19만5천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24만5천명 줄었다. 사회안전망과 일자리 대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일깨운다.
실업자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4월 일시 휴직자는 113만명이 증가했는데 무급 휴직자가 대부분이어서 상황이 악화하면 실업자로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서비스업에서 실업자가 양산됐지만,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으로 급속히 확산할 조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46.3%로 거의 반 토막 났고, 일평균 수출액은 30.2% 줄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승용차는 80.4%, 석유제품은 75.6%, 휴대전화는 35.9% 각각 감소했고,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반도체 수출도 17.8% 뒷걸음질했다. 이들 업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커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 중소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대량 실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 수출 절벽이 뚫리려면 글로벌 소비·공급 체인의 복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조기 해결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팬데믹의 중심에 있는 국가와 지역에서 코로나 19 감염 확산이 진정되면서 경제활동이 부분적으로 재개되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리고 있으나 확실한 치료약과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격리와 봉쇄의 전면 해제는 요원하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모두 245조원 규모의 민생·기업 구제책을 내놨는데 대부분 취약계층 생계 지원과 실업자 구제, 일자리 방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취약층에 집중된 실업자 증가 속도를 볼 때 이들 대책만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투입으로 급한 불을 꺼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다음 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55만개+α 직접 일자리 신속공급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이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등에게 1인당 월 50만원씩을 최장 3개월 지원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등이 포함된 10조원 규모의 고용안정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속도를 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함께 전 국민 고용보험의 첫걸음으로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을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야 정치권은 취약계층 보호와 실업대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실기하지 않도록 신속한 입법으로 뒷받침하길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등 디지털 뉴딜로 방향을 잡고 다음 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경기 부양과 일자리 대책의 완결판이 돼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통해 경제 방역에서도 우리나라를 글로벌 선도국가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 홀로 뛰어서 될 일이 아니며 결국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동원과 함께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난 12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간 주도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가 대한상공회의소에 개설됐는데 100여건의 신청이 몰렸다고 한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의 개발과 상품화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 또는 면제하는 제도로 이미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데도 민간 지원센터에 이렇게 많은 신청이 몰렸다는 것은 규제의 벽이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더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개될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물결에 올라타 디지털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산업에 고속도로를 깔아야 한다. 규제 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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