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코로나 검사규모 비교는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는 격"

입력 2020-05-13 15:37  

"한미 코로나 검사규모 비교는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는 격"
WSJ "한국이 칭찬받은 것은 대규모 검사를 신속하게 진행한 덕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규모를 놓고 한국을 앞질렀다고 연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 역시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한미 코로나19 검사 규모 비교의 이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백악관의 두 나라 비교는 전체의 일부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하는 데 있어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격이라는 것이다.
WSJ은 "한국의 검사 모델이 칭찬받은 것은 대규모 검사를 진행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시스템을 신속하게 가동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예일대 공중보건 대학원 시첸 조교수는 두 나라의 코로나19 검사와 관련해 "시기(timing)가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미국보다) 훨씬 빨리 (대규모 검사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대규모 검사가) 한달 이상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한 고위 관리는 백악관이 한국과의 비교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난 한두달간 한국이 모두에게 '기준'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코로나19 발병 유형, 건강보험체계, 당국의 감염자 추적과 격리 권한 등 여러가지 요인에서 한국과 다른 점이 미국의 검사 역량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우리는 지금 검사에서 좋은 성공담을 쓰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WSJ은 현재 미국이 인구당 검사 비율에서 한국을 앞질렀지만 그렇다고 이 분야 세계 1위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구가 40만 명 미만인 아이슬란드 등이 이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확진자당 검사 건수를 보면 미국은 십여개국에 뒤처진다.
비영리 온라인 과학 매체 '아워 월드 인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1명의 확진자당 검사 건수에서 미국은 7건에 그치지만, 뉴질랜드는 171.8건, 대만은 154건에 이른다. 또 호주는 126.4건, 한국은 62.3건이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350만~1천만건의 검사가 이뤄져야 안전하게 경제 재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이 매일 30만 건을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일주일에 200만 건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전 미국이 "매우 조만간" 하루 500만명, 혹은 한달에 대략 1억5천만명을 검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코로나19 검사 담당자는 9월까지 미국이 한달에 4천만에서 5천만건의 검사를 진행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을 무시한 과장법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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