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플린 신상공개는 바이든 등 前정부 인사들 요청" 미 정보국 공개
WSJ "매년 수천번 일어나는 일상적 과정", AP "현정부 신상공개 요청 더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논란에 휩싸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소 취하 결정 비판에 대응해 플린의 신상 공개에 대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개입론을 들고나오면서 '러시아 스캔들'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흡 및 플린 기소취하 논란 등으로 여론 악화에 부닥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에게 타격을 입히려 이른바 '오바마 게이트' 불씨 살리기를 통한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미 법무부의 플린 기소 취하 결정에 워터게이트 당시 검사팀까지 부당성을 주장, 재판참여를 요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기밀이었던 플린 전 보좌관의 신상 공개는 바이든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6년 말부터 10명 이상의 오바마 정부 관리들이 해외 기밀 보고서에 언급된 이의 정체를 밝히라고 요청했고, 이를 국가안보국(NSA)이 승인하면서 플린 전 보좌관의 이름이 세상에 공개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리처드 그리넬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이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을 포함해 플린의 신상 폭로 노력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전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명단을 보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안보보좌관이었던 플린은 2016년 12월 내정자 신분으로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오바마 행정부가 가한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들통나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러시아 측과 논의했음에도 연방수사국(FBI)에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함정수사를 주장했고, 최근 법무부가 기소를 취하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날 기밀이 해제된 문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당시 요청은 2016년 11월에 열린 대선과 이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이에 이뤄졌다.
WSJ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런 요청은 그가 백악관을 떠나기 8일 전인 2017년 1월 12일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 당시 서맨사 파워 유엔대사와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포함된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은 보고를 받을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신문은 "플린에 대한 신원 공개 요청은 국가안보국의 통상 절차에 의해 승인됐고, 거기에는 요청의 정당성에 대한 검토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국가안보국이 신원을 공개하고서야 당사자가 플린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서에서 폴 나카소네 NSA 국장은 당시 30여명의 관리들을 대신해 권한을 부여받은 16명이 이런 요청을 했다면서, 이들이 공개된 정보를 볼 수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국(DNI) 통계에 따르면 정보기관 보고서에 익명으로 처리된 이에 대한 신원 공개요청은 매년 수천 번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화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자 이를 요청한다고 WSJ은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CIA 국장 대리였던 마이클 모렐은 "그런 것 없이 당신은 일할 수 없다"면서 한 달에 수차례 신원 공개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시 신원공개에는 어떤 불법도 없었고, 기밀이 해제돼 이날 공개된 문서에도 적법한 절차가 지켜졌다고 명시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신원공개 요청 행위를 사악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현 정부는 오바마 정부보다 더 자주 이런 절차를 활용하고 있다고 AP는 밝혔다.
이날 문서는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인 론 존슨, 상원 금융위원장인 척 그래슬리 등 공화당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미 국가정보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의 의원들에게 문서를 보내 이를 언론에 공개하는 형식을 취한 셈이다.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 정부 인사들이 현 정부와 트럼프 재선 캠프를 겨냥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오바마 게이트'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잇따라 '오바마 게이트'라는 말을 올리며 러시아 게이트 수사는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벌인 공작이라는 취지로 몰아붙이고 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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