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산물 공급망 혼란…'식량안보' 취약국 기근 위기
대만·UAE 등, 정부 주도로 농산물 비축량 늘려 '자구책'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식량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각국이 내세운 봉쇄령과 보호주의 조처에 농산물 공급망이 멈춰서면서 '식량 안보 취약' 지역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세계 곳곳에서 농산물 수출 제한에 대비해 쌀과 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동시에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감소하거나 사라진 주민들로서는 농산물을 구매하기 더 어려워진 셈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연말까지 최대 30여개국이 기근에 시달릴 수 있으며, 1억3천만명의 인구가 기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처럼 농산물 자급이 가능한 부유한 국가들은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얼마 전 새 정부가 들어선 남수단은 최악의 식량 위기에 처한 상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는 2월 이후 밀 가격이 62%, 지역 주식인 아열대 작물 카사바 가격도 41%나 폭등했다.
또 인도 첸나이의 감자 가격은 27% 올랐고, 미얀마 양곤의 녹두콩 가격은 20% 상승했다.
파키스탄 라호르의 운전기사인 무함마드 아시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는 닭고기와 양고기를 각각 주 2회, 월 1회씩은 먹었다. 하지만, 가계 소득이 60% 줄고, 식량 물가가 최소 25% 오르면서 가능한 한 먹는 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3월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서는 농부들이 농산물 운송이 불가능해지자 바나나와 토마토 등 부패하기 쉬운 과일과 채소, 생선을 들판에 무더기로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일본과 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부유한 농산물 수입국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농산물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지불 능력이 없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빈곤국에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온다고 WSJ은 설명했다.
대만과 UAE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 재고분을 비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농산물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만은 10년 전부터 법적으로 정해놓은 최소 재고분의 3배에 달하는 90만 톤의 쌀을 비축하고 있다.
농산물의 90%를 수입산으로 충당하는 UAE도 유통업자와 정부가 12개월 치 주요 농산물 재고분을 쌓아놓을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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