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매체 본사에 정정 요구 서한"…취재허가 취소 가능성도 경고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명률(사망률)과 관련, 서방 언론매체들이 의도적 축소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러시아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하원은 해당 매체들의 러시아 내 취재 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고, 외무부는 매체들이 정정 보도를 내지 않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와 관련한 보도를 정정하는 기사를 실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해당 매체 편집국에 서한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이어 관련 보도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척결을 촉구한 '인포데믹'의 구체적 사례라면서 대처 호소문을 유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유네스코 등으로도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인포데믹은 고의로 흘린 악성 소문이나 왜곡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FT와 NYT의 러시아 내 취재허가 박탈을 검토하라는 하원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논평하며 "두 매체에 대한 추가 조치는 그들이 정정 기사를 싣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말해 허가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원은 이에 앞서 FT와 NYT의 러시아 내 취재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외무부에 주문했다.
FT는 앞서 러시아의 실제 코로나19 사망률이 러시아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보다 70% 이상 높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1일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시 정부가 공개한 4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 자료를 인용해 당국이 감염증 사망자를 과소 집계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매체는 러시아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 0.9~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지 당국이 통계를 조작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지난 12일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희생자 수치를 포함한 공식 통계를 조작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실제로) 러시아의 코로나19 평균 치명률은 (세계 평균치보다) 7.6배나 낮으며, 모스크바의 치명률만 보면 6.8배 낮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시정부도 부검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망률 관련 통계는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 멜리타 부이노비치도 "러시아의 고의적 치명률 축소는 목격되지 않는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하지만 NYT는 14일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률 축소와 관련한 자사 보도를 정정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면서 기사에 언급된 모든 수치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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