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격리·말라리아 치료제 사용 놓고 견해차…방역 표류 우려
주지사들 "대통령 주변 갈등의 도가니" 맹비난…냄비시위도 벌어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보건장관이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사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혼선이 우려된다.
네우손 타이시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오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한 데 이어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타이시 전 장관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것이라고 주장해 엇갈린 입장을 나타냈다.
타이시 장관은 자신에게 장관직을 맡겨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은 채 "인생은 선택하는 것이며, 오늘 나는 사임을 선택했다"고만 밝히고 질문을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끝냈다.
종양 전문의인 타이시 장관은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지난달 16일 교체된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장관 후임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타이시 장관은 사회적 격리 조치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문제를 두고 심각한 견해차를 보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타이시 장관과 협의하지 않은 채 경제 회생을 앞세워 코로나19 사태에도 영업활동이 가능한 필수 업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독단적인 행보를 보였다.
필수 업종 확대에 전국 27개 주(수도 브라질리아 포함) 가운데 절반을 넘는 14개 주 정부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만 불렀다.
타이시 전 장관이 사임을 결심한 것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문제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기업인들과의 화상대화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에 관한 보건부 지침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코로나19 중증환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보건부 장관에게 지시해 초기 증상 환자에게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타이시 전 장관과는 사전에 전혀 협의가 없이 나온 것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타이시 장관은 그동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으나 부작용도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시 당국은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환자 81명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하다가 심장 박동 이상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중단했다.
타이시 장관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도 들었다.
타이시 전 장관이 사임하자 정치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을 일제히 비난했고, 만데타 전 장관은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아까운 한 달을 잃어버렸다"고 가세했다.
사회적 격리 문제로 마찰을 빚어온 주지사들은 대통령 주변을 '갈등의 도가니'로 표현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는 냄비와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가 벌어지는 등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32%·부정적 43.4%·보통 22.9%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39.2%·부정적 55.4%·무응답 5.4%였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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