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단체 "소나 가축처럼 대할 순 없어"…당국도 "위험" 불허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관심이 높아진 이주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로 싱가포르에서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16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CNA 방송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한 건설업체는 최근 제작한 이주노동자 관련 영상으로 온라인에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 업체는 영상에서 트럭의 짐칸에 칸막이를 설치, 이주노동자들을 태우는 장면을 시연했다.
코로나19 조치 완화로 작업이 재개될 경우, 이런 방식으로 트럭 짐칸을 개조해 이주노동자들을 작업장으로 수송해도 되는지를 인력부에 문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영상을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트럭 짐칸에 올라간 뒤 칸막이 속으로 들어가 한 명씩 앉는 모양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트럭 짐칸에는 12명이 앉을 수 있었다.
업체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준수하려면 애초 23명이 타던 트럭 짐칸에 6명밖에 탈 수 없고 이 경우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 12명이라도 탈 수 있도록 칸막이를 설치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주노동자들을 수송해야 하는 업체로서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트럭 짐칸의 칸막이에 앉아 가는 것은 존엄성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이 이어졌다.
또 사고가 나면 다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주민 권익옹호단체인 HOME은 이주노동자들도 싱가포르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일터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 대변인은 "우리는 그들을 소나 가축처럼 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력부는 트럭 짐칸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면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업체 측도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영상이 우리 회사가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그렸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면서 "이와 관련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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