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이스라엘 새 연립정부 겨냥…미국은 신중 기류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새 연립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서안 합병을 강행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AP,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화상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 추진과 관련해 "우리는 일방적 행동을 막기 위해 모든 외교적 능력을 발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또 EU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미국, 아랍 국가들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도 이날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이스라엘이 올해 7월 서안을 정말 합병한다면 요르단과 크게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국왕은 '요르단이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조약의 이행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요르단은 이집트와 함께 아랍권에서 드물게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다.
요르단은 1994년 미국의 중재로 이웃국가 이스라엘과 전쟁상태 종식을 선언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EU와 요르단의 잇따른 경고 메시지는 출범을 앞둔 이스라엘의 새 연립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우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파 베니 간츠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 대표는 17일 새 연립정부를 공식적으로 꾸릴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과 요르단계곡을 합병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곳에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의 연립정부 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의회에서 서안의 일부 지역을 합병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게 때문에 실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의 서안 합병 계획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새로운 범죄"라고 비판했다.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해온 미국 정부도 다소 신중해진 분위기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서안 합병에 관한 이스라엘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평화협상의 일부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에서 일부가 돼야 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서안의 일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등을 담은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지만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이스라엘에 편향된 방안이라며 일축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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