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밀접접촉 파악하는 앱 출시 연기…IT 강국 한국과 대비
감염자 발생 팩스로 보고하다 대량으로 누락되고 중복되기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당국은 정보기술(IT)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이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확진자의 동선을 철저히 추적하고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도입을 한 달가량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앱을 다음 달 중순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전날 제시했다.
애초 일본 정부는 이달 초부터 이 앱을 실용화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한 달 남짓 늦춘 것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미국 구글이나 애플과의 조율 작업에 시간이 걸려 계획 실행이 지연된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앱을 활용해 밀접 접촉자를 파악하는 일본 측의 앱은 위치정보시스템(GPS), 신용카드 사용기록,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의 정보를 조합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한국 보건 당국의 추적보다 훨씬 제한적인 역할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의 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설치한 사용자들이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면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이를 파악하며, 이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면 접근 기록을 토대로 앱 사용자에게 밀접 접촉 가능성을 통지하는 방식이다.
기능도 제한적이지만 애초 목표로 한 실용화 시기(5월 초)도 늦은 편이라서 일본에서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오던 4월 중순에는 방역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실용화가 계획이 늦춰지면서 앱의 의미는 그만큼 더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모든 주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5만원)씩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IT를 활용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역효과를 냈다.
구청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접촉으로 인한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는데 주민들이 창구로 몰려들었다.
온라인 신청에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신분증인 '마이넘버카드'와 비밀번호가 필요한데 마이넘버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이들과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창구를 방문한 이들은 최대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온라인 신청을 시도하던 한 주민이 "비밀번호도 전자증명서도 문제가 없는데 PC로 신청이 불가능했다"며 이달 11일 도쿄도(東京都) 시나가와(品川) 구청을 찾아가 7시간을 기다린 끝에 직원으로부터 "원인을 모르겠다"는 답을 들은 사례도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돈을 더 빨리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세대주 외 가족의 정보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를 관공서 측이 나중에 수작업으로 확인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작업이 늘어나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좌 번호 등을 잘못 입력하더라도 온라인 접수 절차는 진행되기 때문에 신청 단계에서 오류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우편 신청의 경우 구청 측이 세대주와 세대원 정보를 미리 신청서에 인쇄해 보내기 때문에 온라인 신청보다 주민이 직접 기재하는 정보가 적어 오히려 업무 부담이 적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신청보다 우편 신청이 돈을 더 빨리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T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업무처리 방식을 고집하다 문제가 생긴 사례는 더 있다.
최근 도쿄도(東京都)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111명을 누락하고 35명을 중복으로 집계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수기로 기재한 내용을 팩스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관, 보건소, 도쿄도 사이에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팩스가 대량으로 오가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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