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총회날 최후통첩 칼뽑은 트럼프…"국제무대서 미 고립 심화"

입력 2020-05-20 00:37   수정 2020-05-20 14:09

WHO 총회날 최후통첩 칼뽑은 트럼프…"국제무대서 미 고립 심화"
'新고립주의' 국제기구 탈퇴 연장선…팬데믹 와중 국제공조 차질 등 후폭풍 예고
국제적 반발 '역풍' 속 美 리더십 실종…중국 영향력 확대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 '30일 내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하며 회원국 탈퇴까지 시사,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자금지원 영구중단과 함께 WHO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 기댄 신(新)고립주의에 따라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코로나19 대응의 최전방에 있는 주무 국제기구의 '돈줄'을 끊고 기구를 무력화시키는 조치여서 '조건부'이기는 하나 벌써부터 파장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 극한 충돌 양상 속에 미국이 국제적 단일 대응 전선에 균열을 초래, 미국의 고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실종과 맞물려 중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이번 위협은 다양한 국제기구 및 조약에서 철수했던 트럼프의 그간 기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국제적 공중보건 위기 와중에 미국 대통령이 이러한 최후통첩을 발표한 것은 더욱 놀랄만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가 화상으로 개막한 날 '심야'에 트윗을 통해 이뤄졌다.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댄 날 '재'를 뿌린 셈이 된 것이다.
CNN은 WHO의 연례총회 첫날 일정이 끝난 후 이뤄진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HO의 초청을 거부, 총회에 불참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가한 위협대로 '실행'할 경우 미국과 전 세계가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단연 WHO에 지원하는 자금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지난해 미국은 WHO에 4억달러(약 4천9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WHO 연간 예산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CNN에 따르면 지난 2018∼2019년 미국은 WHO에 8억9천3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2억3천700만 달러가 의무적인 회비 차원이었고, 나머지 6억5천600만 달러는 기부 형태였다고 한다.
CNN은 미국의 기부 액수가 전세계 자발적 기부금의 14.67%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실제 WHO에 대한 지원을 영구적으로 끊거나 기구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WHO는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잃게 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CNN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지원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자신들의 지원금을 늘릴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다른 세계 지도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 보건 기구 및 구호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러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전날 팬데믹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강력 비판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현실화할 경우 다른 나라들의 연쇄 탈퇴로 이어지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파리 기후 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했을 때처럼 대다수의 나라와 국제기구들의 반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이와 함께 WHO 자원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과 운영 관련 발언권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WHO 회원국들이 팬데믹에 대해 상의하는 와중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국제적 차원에서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특히 중국이 WHO에 3천만달러 추가 기부를 약속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제무대 내 영향력을 중국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WHO의 중국 편향성과 부실 대응 책임론을 물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후 폭스뉴스가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중국의 분담금 수준, 즉 기존 지원 규모의 10% 수준에서 부분적으로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복원할 예정이라며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 초안을 입수, 보도했다.
그러나 친(親)트럼프 진영 등에서 보다 더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여러 방안 중의 하나"라며 선을 그었고, 결국 전날 밤 이러한 결정을 발표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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