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비즈니스 "미중, 최악의 경기 침체·세계경제도 2년 전과 달리 취약"
AI·5G 등 기술 개발에도 악영향…"미중 1단계 무역합의 불가능해 보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책임 공방으로 미중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도 더 큰 위기를 맞을 전망이라고 CNN 비즈니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중 모두 수십년 래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어 양국의 갈등이 '무역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두 국가 모두 이를 버텨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의 맷집도 미중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2년 전과는 달리 매우 취약해 결국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벌어지는 미중 분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과 기술 냉전 심화는 기술 분야의 무역 및 투자를 저해해 그나마 올해 기대되는 회복 동력의 힘을 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무역 갈등이 발생한 시점이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CNN은 "미중 무역 전쟁은 작금의 세계 경제에 가장 필요치 않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올 초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성사되면서 양국이 '휴전'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갈등을 봉합한 수준이었고, 중국이 향후 2년간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한다는 합의조건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실현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마저도 코로나19로 합의안 이행 가능성이 더욱 불분명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단계 합의의 구매 목표는 비현실적이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평했다.
싱가포르대 비즈니스 스쿨의 알렉스 카프리 방문 연구원도 "중국의 소비 수요가 이렇게 낮아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훨씬 많은 미국산 물건을 구매한다는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국 정부의 경제·무역 담당 관료들이 1단계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제는 중국 내 반미 감정 고조가 또 다른 악재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급 차단 조치에 나서면서 중국 내에서 반미 여론이 확산해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급기야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가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중 2차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이 계속해서 고조되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세계 경기는 회복이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회복에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8일 유럽대학연구소서 열린 행사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국경 안으로 물러서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주의'의 부상을 경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악화가 세계 경제는 물론 인공지능(AI), 5G 네트워크 개발 등 기술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월 양국 간의 관계 악화가 이런 진보를 위한 협력 능력을 저하해 세계에 나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