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다 언성 높이기도…관련 질문 끝으로 브리핑 서둘러 끝내고 퇴장
"해임 더 일찍 건의했어야"…메넨데스 "시선분산용 중상모략, 부끄럽다"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은 20일(현지시간) '비서관 갑질' 의혹 등 자신의 비위 사실을 캐는 감찰관을 보복 경질했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해 5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7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면서 의회 승인 과정을 '패스'한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외교와 무관한 정·재계 인사 등을 초청해 '혈세'로 만찬 행사를 가져왔다는 의혹마저 추가로 불거지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관련 질문을 받고 스티브 리닉 감찰관 경질에 대해 "내가 스티브 리닉을 경질하라고 대통령에게 권고했다"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보다 더 일찍 그랬어야 한다"며 일찍 해임을 건의하지 못한 게 유감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리닉 감찰관의 업무처리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인사 현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여러분에게 흘리지 않는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모든 기관의 감찰관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감찰관실 내에서 어떤 조사가 진행 중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개 산책 지시' 의혹 등을 거론, "내가 읽은 다양한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내가 보복을 했을 수가 없다. 모두 그저 말도 안 된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복성 경질 의혹에 대해 "완전히 허위"라며 "나는 그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보복을 했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한가지 예외는 있다. 나는 일련의 서면 질의를 받았다. 나는 특정 조사와 관련해 그 질문에 응했다"면서도 "범위와 조사의 본질은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미언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기 거래와 관련된 감찰관실 조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지목하며 역공을 폈다.
그는 "이것은 모두 메넨데스 상원의원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나는 형사법상으로 기소됐던 사람으로부터 나의 윤리 조언을 듣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2015년 플로리다주 안과의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연방 검찰은 기소를 철회했고 지난 2018년 해당 혐의는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고 미언론들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관련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간간이 언성을 높이는 등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신경전이 전개되며 브리핑 장 내에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리핑 마무리 부분이 싸울듯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메넨데스 상원의원을 비난한 뒤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한 채 서둘러 브리핑을 마치고 갑자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고 WP 등이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과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이번 경질 파동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들은 리닉 감찰관의 경질 관련 모든 기록을 오는 2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메넨데스 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한 성명을 내고 "폼페이오 장관이 나에 대한 중상모략을 시도함으로써 시선을 딴 데로 분산시키려고 한다는 사실은 예견된 것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역공했다.
이날 브리핑은 감찰관 경질 파동이 불거진 뒤 처음 열린 것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8일 WP와의 인터뷰에서 보복성 경질 의혹을 처음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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