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市, 칸영화제조직위 '시네-드라이브' 축제로 칸 영화제 공백 채워
프랑스영화연합회 "극장 문 여는 것이 우선"…고전영화 무료 야외상영 금지 촉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가 사실상 취소된 칸의 도심 해변에는 프랑스인들의 '영화 사랑'을 보여주는 야외 상영회가 한창이다.
칸시와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0~24일(현지시간) 칸의 중심해변인 팜비치의 주차장에서 5편의 야외 상영회를 열고 있다.
매일 저녁 9시 30분에 열리는 이번 '시네-드라이브' 영화제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2년작 'E.T.'를 비롯한 고전영화들과 함께 신작 2편의 시사회도 열린다.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 동안 관람객이 자신의 승용차 밖으로 나가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허용되지 않는다.
칸 시와 칸 영화제 조직위는 올해 칸 영화제가 코로나19로 사실상 취소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올해 칸 영화제는 당초 이달 12~2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원래 형태로의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직위는 예년과 같은 방식 대신에 다른 영화제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내달 초 발표할 올해의 초청작을 '칸 2020'이라고 이름 붙이고, 토론토 영화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뉴욕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등 가을에 열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칸 시의 이번 야외 상영회에 대해 칸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적 이동제한 등 봉쇄조치는 해제됐지만, 극장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중년 여성은 20일 저녁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를 보러 나와 "이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이번 야외 상영회는 우리가 잃었던 것을 어느 정도 보상해 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칸뿐만 아니라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코트다쥐르 지방의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야외 영화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하는데, 모두 차 안에서 관람하는 '드라이브인'(drive-in) 방식이다.
시민들의 환영 기류와 달리 프랑스 영화계는 이런 야외 상영회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영화연합회(FNCF)는 20일 성명을 내고 봉쇄 해제 이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영화관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객, 미디어, 지방 정부들이 영화관 재개관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야외 상영회로) 희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프랑스국립영화센터(CNC)에 고전영화의 무료 야외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칸의 다비드 리스나르 시장은 "이번 행사는 영화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우리가 영화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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