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조약 불이행' 미 주장 근거없어…미국이 심각한 위반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국의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탈퇴 방침을 연일 비판하고 나섰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2일(현지시간) 외교 관련 화상회의에서 연설하며 미국의 항공자유화조약 탈퇴는 또다른 국제안보 체제 파괴 행위라고 비난했다.
랴브코프는 미국이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국제안보 체제를 파괴하면서도 러시아의 조약 불이행을 이유로 들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바로 어제와 오늘 우리는 항공자유화조약과 관련해 (미국의) 비슷한 태도와 행동 패턴 반복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에게 (조약 유지를 위해) 제시한 조건은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무의미하며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대화를 지속하고 합의할 준비가 돼 있으나 미국이 제시하는 것을 그대로 이행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조약 이행과 관련해 러시아가 미국에 제기한 문제 목록을 앞서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소개하면서 "(여기엔) 미국이 조약의 심각한 위반자라는 점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미국이 전날 러시아에 대해 제기한 문제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전날 자국 뉴스전문 TV채널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발표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이는 미국 정부가 가한 국제 안정 및 안보에 대한 첫 번째 타격이 아니다"고 규탄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같은 날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이 근본적 협정 탈퇴를 정당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배격한다"고 밝혔다.
항공자유화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지난 1992년 체결해 2002년부터 발효한 협정이다.
가입국의 군사력 현황과 군사활동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원국 상호 간의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까지 총 34개국이 가입해 있다.
미국은 전날 러시아가 수도 모스크바와 남부 캅카스 지역, 서부 영토 칼리닌그라드 등에서의 관측 활동을 제한하는 등 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방적 탈퇴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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