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양회(兩會) 기간 정부 업무보고에서 국제이슈에 대한 언급이 적었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중국 비판론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리 총리가 전날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연례회의에서 한 정부 업무보고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처를 둘러싸고 미국 등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리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고용 등 국내 문제에 집중했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리 총리가 미국을 직접 언급한 것도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공동 이행하겠다"고 말한 정도다.
국제 정치학자 팡중잉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측은 '전 세계가 보지 못했던 변화'에 대해 말해왔는데,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미중 관계가 자유낙하하는 가운데 중국이 30여년 중 최악의 국제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코로나19 책임론뿐만 아니라 대만·홍콩·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긴장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팡중잉은 "중국이 제한적 무력충돌을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시작한 게 분명하다"고 추측했다.
한편 리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중국은 각국과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경제의 안정을 촉진하겠다"면서 "유엔(UN)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지키고 인류운명 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SCMP는 미중 갈등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거의 마비 상태이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대응 과정 논란으로 약해졌다면서 리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난징대 정치학과 구쑤 교수는 "중국과 유럽연합(EU)·러시아·아프리카의 관계도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중국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유엔 시스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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