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시아 첫 '역완화'…'공든 탑 무너진다' 방역 붕괴 우려 고조
안전거리 미준수 등 개인 방역 지침 위반에 최대 400만원 벌금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봉쇄 완화 이후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해이해진 듯한 현상이 나타나자 서둘러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는 주말·휴일인 23∼24일 이틀간 시내 중심가인 아르날도 광장에 대해 오후 9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 금지 조처를 도입했다.
해당 시간 시민의 이동은 물론 음식점·술집 등의 영업도 전면 금지된다.
브레시아 시당국의 조처는 지난 18일 봉쇄 완화 이후 방역 지침을 무시한 시민의 야외 활동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역 차원의 첫 '역 완화' 조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 진원지인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속한 브레시아는 23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 1만4천417명으로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밀라노(2만2천616명), 토리노(1만5천38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기세가 누그러졌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4일 제조업 등의 생산활동을 정상화한 데 이어 18일부터는 일반 소매 상점과 음식점·술집 등의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많은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안전거리 유지 등의 정부 지침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 바이러스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야간에는 도심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각종 모임과 파티를 여는 등 마치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한듯한 모습을 보여 우려를 키웠다.
지난 3개월간의 고강도 봉쇄를 통해 쌓은 방역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롬바르디아에서도 치명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잘 알려진 베르가모의 조르조 고리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백명이 사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또다시 한 달간 봉쇄에 처하길 원하나?"라고 무책임한 시민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아직은 데이터상 감염률이 재상승하는 등의 특이 현상이 감지되고 있진 않지만 이대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경찰 조직을 동원한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 방역 지침을 어길 경우 최대 3천유로(약 400만원)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 21일 하원에 출석해 "열흘간 감염률을 지켜본 뒤 필요하면 음식점과 술집, 해변을 폐쇄하고 다시 봉쇄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3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2만9천327명으로 미국·브라질·러시아·스페인·영국 등에 이어 여섯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3만2천735명으로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다.
전날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669명, 신규 사망자 수는 119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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