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수상자 "코로나 봉쇄, 생명 구하기보다 희생시켜"

입력 2020-05-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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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수상자 "코로나 봉쇄, 생명 구하기보다 희생시켜"
영국 봉쇄령 이끈 사망 추청치에 "10~12배 과대 추산" 주장
"봉쇄는 소수의 목숨 살리고 사회적 손실 키워…원시적 무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이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희생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빗 교수는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방안을 조언한 임페리얼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의 잠재 사망자 추정치가 "10~12배 과대하게 추산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한 적은 없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한다"면서 "사실 기하급수적 확산세는 매우 급격히 둔화한다"고 설명했다.
래빗 교수는 "감염병학자들의 문제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나 봉쇄를 수용하도록 겁을 주는 게 자기 일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수백만 명이 죽을 예정인데 아직 2만5천명만 죽었으니 내 조언을 듣는 게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고 이는 광기의 한 부분으로서 에볼라나 조류독감이 퍼졌을 때도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월 14일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5만명 정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시기 퍼거슨 교수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는 사망자가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예상치는 영국이 3월 24일 봉쇄령을 내리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정작 퍼거슨 교수는 봉쇄가 시행 중인 와중에 집에 연인을 부른 사실이 드러나 정부 자문위원에서 물러났다.
레빗 교수는 "봉쇄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뻔한 소수의 사람을 살렸을지 모르나 가정폭력이나 이혼, 알코올중독 등 다른 '사회적 손실'을 증폭시켰고 (코로나19 말고) 다른 병에 걸린 사람이 치료받지 못하게 했다"면서 정부가 봉쇄보다는 국민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하고 다른 사회적 거리 두기 방안을 도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봉쇄가 전염병 확산을 멈출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그러나 봉쇄는 매우 무디고 원시적인 무기로 다른 합리적인 방법으로도 효과적으로 전염병 확산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에서 봉쇄가 시행됐을 땐 이미 코로나19가 확산한 상황이었다"면서 "스웨덴처럼 (사회를 봉쇄하지 않고) 개방된 채로 둘 수 있었고 그래도 아무 일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빗 교수는 매일 50건이 넘는 코로나19 감염사례를 보고한 78개국의 자료를 분석해왔다. 그는 지난 3월 중순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명백히 둔화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증거에 따르면 대부분 서방국가에 '일종의 면역'이 생성됐고 코로나19는 건조한 날씨에 사라질 전망"이라면서 "주되게 우려할 일은 중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교수는 복합체 분석을 위한 다중척도 모델링의 기초를 마련한 공로로 2013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엔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나는 그저 수치와 사례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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