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상장제한법'은 中기업 겨냥…증권감독 정치화 말라"

입력 2020-05-25 10:44  

중국 "美'상장제한법'은 中기업 겨냥…증권감독 정치화 말라"
바이두·알리바바 미 증시서 쫓겨날 수도
중국, 국가허가 없이 미국에 회계자료 제공 금지…갈등 '불씨'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중국 기업의 자국 증시 상장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새 법안을 추진하자 중국 정부가 반발했다.
미국은 자국 증시로 와 자금을 조달하는 중국 회사가 마땅히 투명성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주권을 앞세워 자국 회사가 국가의 허락 없이 회계 정보를 미국에 넘기지 못하게 규정해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25일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당국자는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외국회사문책법안'의 일부 조항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증권감독 문제를 정치화하는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 법안은 오랫동안 쌓아온 중미 쌍방 기구의 회계감독 협력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양국이 평등한 협상과 국가 간 협력 관례를 바탕으로 합동 회계 조사를 추진할 수 있기를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이번 법안 추진이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막아 미국 자본시장의 위상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 갈등이 날로 심화 중인 가운데 미국 상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여야 만장일치로 중국 기업의 상장 문턱을 높이는 '외국회사문책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증시에 상장 중인 외국 회사가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가 금지되도록 규정한다.
이와 별도로 미국에 상장하는 회사는 반드시 외국 정부가 소유이거나 외국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이 법안에서는 '중국' 회사를 꼭 집어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외국 회사 절대다수가 중국 회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 기업 상장 제한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미국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대형 회계 부정 사건은 미국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힘을 모아 중국 기업 상장을 어렵게 하는 법 도입에 나서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문제는 앞으로 하원 표결,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 법안이 최종 발효되면 미중 간 회계감사 문제를 둘러싼 '주권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자국 증권 시장에 찾아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09년 증권감독 당국과 국가기밀보호국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을 근거로 외국 기관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회계감독 조사를 할 때 동의를 요구한다.
중국은 또 2019년 증권법을 개정, 정부의 승인 없이는 모든 회사가 자의적으로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회사들이 미국 증권감독 당국의 요구에 따라 회계 투명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려고 해도 중국 정부가 허가해주지 않으면 낼 수 없는 것이다.
최악에는 미중 갈등이 굳어져 증권감독 당국 간 협력이 원활치 않게 된다면 현재 미국에 상장 중인 여러 중국 회사들이 PCAOB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주식 거래가 금지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새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 이상으로 이미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바이두, 알리바바, 핀둬둬, 징둥, 넷이즈, 씨트립 등 많은 중국 상장사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은 자본시장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이런 움직임은 미국에 상장한 많은 중국 기업의 '미국 탈출' 욕구를 자극해 미중 자본시장 디커플링(탈동조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홍콩은 많은 중국 기업의 최우선 피난처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알리바바가 작년 11월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해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금을 확보한 것을 신호탄으로 해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홍콩 증시에서의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23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넷이즈와 징둥은 각각 6월 11과 18일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할 예정이다. 바이두(百度) 리옌훙(李彦宏) 회장도 홍콩 2차 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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