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재판 재개했지만…코로나발 '송사대란'으로 마비 우려

입력 2020-05-26 17:01  

스페인 재판 재개했지만…코로나발 '송사대란'으로 마비 우려
NYT "파산신청자 15만명 예상·정부 대상 소송자도 즐비"
"많은 소송건수·긴 재판기간 등 사법체계 개혁, 코로나19로 요원"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스페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재판을 최근 재개한 가운데 그간 밀린 송사가 몰리며 법원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나온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 그래도 높은 인구당 소송 비율, 긴 재판 기간, 낙후된 기술 등으로 개혁 논의가 나오던 사법 체계가 코로나19발(發) 송사 대란으로 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판사는 지난해 수천 명에 불과했던 파산신청자가 올해는 1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코로나19 사망자의 친척 3천명 이상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이 정부에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인구 10만명당 판사 수는 12명에 그쳐 유럽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스페인은 소송이 빈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은행 선임 경제학자인 후안 모라 상기네티가 2016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의 인구 대비 민사소송 사건 비율은 독일, 영국의 2배에 달했다.

소송 진행 기간도 긴 것으로 악명 높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은 EU 회원국 중 재판 절차가 가장 긴 편에 속했다.
민사 소송에서 분쟁의 초기 해결에 걸리는 기간만 평균 200일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형사 사건은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사소송이 폭증하면 결국 형사재판 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스페인 의회는 법원 운영 시간 연장, 화상 재판 진행 등 내용을 담은 정부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스페인 법원의 컴퓨터 체계가 낙후돼 화상 재판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법분야 싱크탱크인 피데(Fide)의 크리스티나 히메네스 사부리도 회장은 특히 지역 법원들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 컴퓨터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탈루냐의 컴퓨터들은 마드리드나 카나리아제도의 컴퓨터와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간 스페인에선 사법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2015년부터 최근까지 총선이 4번이나 치러지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이는 실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관련 재판이 급증하면 사법 개혁과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법률가협회(WJA) 회장인 하비에르 크레마데스는 "정치인들이 그동안 사법체계를 방치해온 사실을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이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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