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국방장관에 지시…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5월9일 행사 연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했던 제2차 세계대전(대독전) 승전 7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다음 달 24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화상 업무회의에서 "수도 모스크바와 다른 도시들에서 대조국 전쟁(2차대전의 러시아식 명칭) 승전 7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준비를 시작하라"고 지시하면서 "이 퍼레이드를 1945년 승리자들의 전설적이고 역사적 퍼레이드가 열린 날인 6월 24일에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퍼레이드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푸틴은 이어 통상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뒤이어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열리는, 전몰 용사 추모를 위한 대규모 가두행진인 '불멸의 연대' 행사는 한 달 뒤 '해군의 날'인 7월 26일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대규모로 모이는 불멸의 연대 행사가 코로나19 위험으로 개최하기 어려울 경우 행사를 추가로 연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 등 대규모 승전기념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승전 기념일인 이달 9일에는 기념 행사의 핵심인 지상 군사 퍼레이드 없이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군용기들이 참가한 항공 퍼레이드만 펼쳐졌다.
푸틴은 이날 2차대전 전몰 용사들이 묻힌 크렘린궁 옆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한 뒤 행한 기념 연설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붉은광장 군사 퍼레이드와 불멸의 연대 행사 등을 반드시 성대하게 개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6월 24일은 1945년 2차대전 종전 직후 전쟁 영웅 게오르기 쥬코프 원수의 지휘로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첫 승전 군사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펼쳐진 날이다.
러시아는 2차대전 승전의 주역을 나치 독일에 맞선 소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독전 승리를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대조국 전쟁'으로 부르는 대독전에서 승리한 날인 5월 9일이면 각종 승전 기념행사를 열어왔다.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전몰 용사 후손들이 전쟁에서 숨진 친인척들의 사진을 들고 벌이는 대규모 가두행진인 '불멸의 연대'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다.
러시아 정부는 특히 승전 75주년이 되는 올해 기념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등의 외국 정상들을 초청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탓에 붉은광장의 군사 퍼레이드 등 주요 기념행사들이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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