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반도건설 추정 기타법인 한진칼 주식 대량 매집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정부의 긴급 유동성 수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겨우 숨통이 트이게 된 한진그룹이 이번에는 한동안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위기에 처했다.
27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타법인이 한진칼[180640] 보통주 122만4천280주(약 2%)를 사들였다. 기타법인의 한진칼 주식 매수액은 종가 기준 약 1천100억원이다.
기타법인은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기업을 뜻하며, 실제로 어느 기업이 한진칼 지분을 이처럼 대량으로 사들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함께 '3자 연합'을 꾸린 반도건설이 한진칼 주식 매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반도건설이 매집 주체가 맞다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종전의 42.75%에서 44.75% 수준으로 확대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KCGI 19.36%, 조 전 부사장 6.49%, 반도건설 16.90% 등 총 42.75%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30%)을 이미 넘어섰다.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늘린 것은 지난 3월 말 주주총회 완패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 효력이 풀리는 7월 이후가 될 임시 주주총회를 겨냥해 다시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는 반도건설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기했다가 올해 1월10일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던 한진칼 보유 지분 중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이 5%로 제한되며 3자 연합이 사실상 완패했다.
반도건설이 전날 대량 매집한 주체라면 다음주 초에는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에 누가 왜 굳이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집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반도건설이 맞으면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회장에게 경영권 사수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양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맡겨진 셈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 하늘길이 대부분 막히며 운항 중단이 잇따라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운영자금 2천억원 대출, 7천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영구채(발행 1년 후 주식전환권 부여) 3천억원가량 인수 등 모두 1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전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2천억원의 운영자금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자구안의 일환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우선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다만 항공기 리스료 등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5천억∼6천억원)과 5천억원 안팎의 연간 금융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이는 상반기를 버틸 재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회사채와 ABS, 차입금 등을 합해 올해 3조8천억원가량을 갚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다음달부터 국제선 일부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조 회장의 위기 극복 능력이 계속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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