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뻐꾸기가 무려 7천500여마일(약 1만2천㎞) 떨어진 몽골을 오가며 이주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BBC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조류학회(BTO)와 현지 과학자들은 지난여름 뻐꾸기 5마리에 위성 꼬리표를 붙이고 이동 경로를 관찰하는 '몽골 뻐꾸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난 뻐꾸기 '오논'이 지난 3월 20일 잠비아에서 출발해 평균 시속 60㎞로 쉬지 않고 16개국을 횡단해 몽골에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육상 조류(landbird)에 의해 기록된 최장 거리 이동 사례 가운데 하나다.
위성 꼬리표를 부착한 또 다른 뻐꾸기 '바얀'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동부 지역에서 겨울을 보낸 뒤 중국 남부 윈난성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약 2주 새 1만㎞를 비행한 바얀은 몽골에 도착하기 전에 윈난성 부근에서 굶주림에 지쳐 죽었거나, 사냥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BTO의 크리스 휴슨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로 육상 조류의 장거리 이동에 대해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휴슨 박사는 "새들이 아주 멀리, 또 빠른 속도로 날 수 있어 어느 지역이 서식하기에 좋은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을 연구 성과로 꼽았다.
그는 "예를 들어 새들은 인도양을 횡단할 때 정확히 어느 지점으로 가야 (비행하기에) 유리한 바람이 부는지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슨 박사는 노련하게 원거리 이주 생활을 이어온 뻐꾸기들에게도 밀렵꾼과 폭풍우 등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면서도 모든 것이 멈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생태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뻐꾸기들의 긴 여정은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오논이 무사히 몽골에 도착한 것을 보고 "작은 새가 우리가 (코로나19 때문에) 할 수 없는 모든 비행을 대신해 주고 있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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