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에 위안화 추락…'무역합의 봉합' 환율전쟁 재점화

입력 2020-05-28 16:58   수정 2020-05-28 17:46

홍콩보안법에 위안화 추락…'무역합의 봉합' 환율전쟁 재점화
작년 환율전쟁 촉발한 '포치'(破七) 넘어 달러당 7.2위안선도 위협
위안화 가치 급락 미중갈등 격화 결과라지만 중국 '수수방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갈등이 1단계 무역 합의를 계기로 잠시 봉합되는 듯했던 미중 환율 전쟁을 다시 촉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7일 밤 7.1964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되고 나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환율 전쟁'이 고조됐던 작년 9월 고점 수위도 훌쩍 넘어섰다.
중국 당국의 환율 관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인민은행 고시 기준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6일 인민은행 고시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기준) 환율은 7.1293위안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8일도 홍콩 역외시장과 중국 역내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각각 7.18위안, 7.16위안대의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을 뜻한다.
최근의 위안화 가치 급락 흐름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공식 평가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자국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을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작년 8월 중국 위안화 기준환율이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곧장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환율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표출됐다.
이후 지난 1월 미중 양국이 중국의 환율 안정 노력을 포함한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한 것을 계기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내렸고 양국 간 환율 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1단계 무역 합의 이후 위안화는 시장의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 선 밑으로 잠시 내려왔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국 경제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자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곧장 다시 7위안 선을 넘어섰고 최근 미중 갈등 격화의 여파로 더 올라 7.2위안 선까지 위협 중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위안화 가치 급락이 미중 갈등 전면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반적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했을 때는 세계적인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중국이 전처럼 '환율 안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런 흐름을 일부러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면서 환율이 위험 수위에 오르면 환율안정 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위안화 안정 신호를 발신했지만 최근에는 환율이 달러당 7.2위안 선까지 위협하는데도 아무런 '인위적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다만 급속한 위안화 평가절하는 어려움에 빠진 중국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효과가 일부 있지만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자가 대량으로 유출하는 등의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단순히 중국에 득이 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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