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전파폭발' 이용해 '잃어버린 물질' 30년 미스터리 풀어

입력 2020-05-28 16:26  

'빠른전파폭발' 이용해 '잃어버린 물질' 30년 미스터리 풀어
은하 사이 숨어있는 중입자 포착…일반물질 15% 모두 찾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85%는 보이지 않고 정체도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이다. 나머지 15%가 양성자와 중성자 등 보통의 중입자로 된 일반물질인데, 우주에서 관측되는 별과 행성, 가스 등을 모두 합쳐도 이 일반물질의 절반밖에 안 돼 나머지 절반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설명이 안 됐다.
이 물질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으로 예측돼 있지만, 최근까지도 포착되지 않아 '잃어버린 물질'(missing matter)로도 불리며 30년 가까이 미스터리가 돼왔다.
하지만 태양이 약 80년에 걸쳐 방출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1천분의 1초(밀리초)만에 쏟아내는 이른바 '빠른 전파 폭발'(FRB)을 이용해 마침내 은하 사이에 숨어있던 잃어버린 물질을 찾아낸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국제전파천문학연구센터(ICRAR)와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 등에 따르면 호주 커틴대학의 장 피에르 마르르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FRB를 '우주 중량계측소'처럼 이용해 포착되지 않던 절반의 일반 물질을 찾아냈다고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FRB는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 무엇이 이런 현상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규명돼 있지 않다.



연구팀은 그러나 순간적으로 발생한 강한 전파를 포착하고 발원 은하의 위치를 파악해 FRB의 주파수가 다른 전파가 지구에 도달한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은하 사이에 존재하는 중입자의 밀도를 파악했다.
FRB의 고주파 고에너지 전파는 저주파 전파보다 은하 간 물질을 더 빨리 통과하는데, 은하 간 물질을 많이 통과할수록 저주파 전파는 더 늦어져 지구에서 포착 가능할 만큼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호주 서부 머치슨 전파천문대에 설치된 대형 전파망원경 배열인 '호주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패스파인더'(ASKAP)를 이용해 모두 6건의 FRB를 포착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주파수의 전파가 도착한 시간을 비교해 은하를 통과하면서 부딪힌 중입자를 산출하고 지구에서의 거리를 고려해 중입자 밀도를 계산해 냈다.
그 결과, 6개 FRB가 발생한 은하와 우리 은하 간 물질의 밀도는 1㎥당 1중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은하 내 밀도와 비교하면 100만분의 1에 불과할 만큼 매우 성긴 것이지만 이를 모두 합치면 일반물질의 잃어버린 물질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의 재비어 프로차스카 교수는 "FRB를 포착하고 발생한 은하까지 찾아낸 것이 잃어버린 물질의 미스터리를 푸는 주요 돌파구가 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ASKAP이 200m밖에서 들고 있는 머리카락의 굵기를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해 FRB가 발원한 은하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FRB 6개만으로도 잃어버린 물질을 찾아내는데는 충분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볼더 콜로라도대학의 천체물리학자 마이클 슐 교수는 이번에 이용된 FRB만 관측하고 현대 우주의 중입자 수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슐 교수는 그러나 "훨씬 더 많은 FRB 관측으로 보완한다면 중입자 문제 해결의 진정한 결정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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