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지위 박탈 가능성…中 관리·기업 비자·경제 제재나 우대관세 중단도 가능
미 "매우 긴 목록있다" 경고…NYT "최근 3년간 가장 가혹한 대중 처벌 중 하나 논의"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임주영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예정대로 처리함에 따라 이제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 카드에 시선이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법에 의해 그간 홍콩이 받던 특별대우가 더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의회에 보고하면서 수위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대중(對中) 제재는 기정사실로 되는 양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관해 할 수 있는 '매우 긴 목록'이 있다면서 조치에는 비자 및 경제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런 조치들은 홍콩 시민과 홍콩 내 미국기업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세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다양한 수위와 형태가 거론된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에도 홍콩에 특별지위를 인정해 관세, 무역, 비자 등에서 혜택을 부여했지만,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이를 박탈할 수 있다.
작년 홍콩에 대한 중국의 인권 침해 등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홍콩인권법에 따라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하며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내용이 지위 박탈의 근거가 된다.
홍콩인권법에 의해서도 홍콩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인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특정 대상에 대한 제재와 신규 관세,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 등 다양한 제재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초기에 시행 가능성이 큰 조치로는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련된 중국 관리와 정부, 기업에 대한 제재가 거론된다고 복수의 미 행정부 관리들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중국 및 외국 기업이 홍콩을 국제 또는 지역 기지로 이용하고 있고, 이들과 유대를 맺고 있는 엘리트 공산당 가족이나 간부들은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에 대한 우대 관세율을 중지하는 게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 이는 중국 본토에서 수출하는 것과 같은 관세를 홍콩에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미국 기업이 국가안보나 인권 문제 때문에 중국 기업에 판매가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조치가 똑같이 홍콩에 적용될 수도 있다.
미 정부는 또 미국 시장에서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더욱 면밀히 조사해 특별지위의 이점을 누리려 홍콩에 법인을 세운 이들 기업에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고 의회 관계자가 밝혔다.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이른바 '극단적 선택'(nuclear option)으로 불리는 홍콩의 특수지위 박탈을 통한 중국 타격이 준비돼 있는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권 일부나 전체를 폐기할 재량권을 가진다. 스틸웰 차관보는 "우리는 현명한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NYT는 미 정부가 "지난 3년간 중국에 가한 가장 가혹한 처벌 중 하나가 될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 발표는 미국·홍콩 간 특별무역 및 경제관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특별지위 박탈을 상정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데드라인을 설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개월에서 1년 정도 데드라인을 설정해 중국이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특별지위를 박탈한다는 구상이 그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다만 "홍콩이나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에 제한적인 관심을 보여왔던 트럼프가 이 이슈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 끝에 가까스로 올해 1월 1차 무역합의를 이루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합의가 유지될지, 후속 합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취소하는 가장 강력한 선택은 아마도 세계 무역의 방향을 바꾸고 미중 관계를 더 깊은 위기에 빠뜨리며 새로운 무역합의에 대한 어떤 희망도 무산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미 의회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상원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하는 등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더해 의회는 중국의 신장 지역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학대와 관련, 중국 당국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을 통과시켜 전선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번 사안을 국제사회의 보편적 문제인 인권 차원에서 접근, 정당성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홍콩과 신장 위구르 인권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의 하나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입장에선 재선 전략 차원에서도 '중국 때리기'에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무역과 외교안보에 이어 금융, 기업 활동까지 전방위로 압박하는 대중 강공 드라이브가 가속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공세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에 해를 입히는 것은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트럼프의 연임 가능성에 대한 위험도 수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약 300개의 미 기업이 홍콩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 조치로 타격을 입는 등 미국에도 부정적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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