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거점 기독교 극우활동가 양성 꿈꾸는 트럼프 옛참모

입력 2020-05-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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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거점 기독교 극우활동가 양성 꿈꾸는 트럼프 옛참모
스티브 배넌, 로마 중세 수도원 19년 장기 임차…정치학교 설립 추진
계약 취소한 문화부 상대 법적 소송서도 승리…내달 1일 수강생 모집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주도하는 이탈리아 극우주의 정치학교 설립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원은 27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가톨릭 단체 '인간존엄연구소'(DHI)가 로마 남부의 트리술티 수도원에 대한 당국의 임대차 계약 해지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배넌이 운영 자금을 대는 DHI는 2018년 2월 이탈리아 문화부와 트리술티 수도원에 대한 19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국가 사적지로 지정돼 문화재 당국이 관리하는 트리술티 수도원은 13세기에 건립된 고풍스러운 중세 수도원으로 전체 면적이 1만5천㎡(약 4천500평)에 이른다.
배넌과 DHI는 이곳을 기독교 원리주의에 토대를 둔 우파 활동 지도자를 양성하는 학교로 개조한다는 복안이었다. 정식 학교 명칭은 '유대-기독교 서구를 위한 아카데미'다.
배넌은 과거 인터뷰에서 "트리술티 수도원을 절반은 중세풍의 대학 캠퍼스로, 나머지 절반은 기독교에 기반한 '문화 전사' 양성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배넌의 이러한 계획은 계약 상대방인 이탈리아 문화부가 작년 10월 DHI의 임차 자격을 문제 삼아 계약을 취소하면서 틀어졌다. 당시 수도원 인근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발이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DHI는 이탈리아 정부가 정치적 동기로 부당한 결정을 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탈리아 정부의 항소 절차가 남아 있어 법적 다툼이 마무리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은 이번 승소로 DHI의 학교 설립 절차에 탄력이 붙게 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개교 준비를 지속해온 DHI는 일단 미국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강의를 개시하기로 하고 내달 1일부터 수강생 모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등 현지 우파 인사들도 배넌의 극우 정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선거 전략을 기획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등 핵심 참모 역할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표면화하며 정권 출범 7개월 만인 2017년 8월 퇴출당했다.
그는 이후 유럽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극우 포퓰리즘 정치단체를 지지하는 활동을 해왔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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