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공짜여도 없어서 못사는 베네수엘라…"가격 인상할 것"

입력 2020-05-29 00:50  

휘발유 공짜여도 없어서 못사는 베네수엘라…"가격 인상할 것"
마두로 "이란에서 달러 내고 연료 사왔다…휘발윳값 받아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극심한 연료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공짜나 다름없던 기름값의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들어온 휘발유를 언급하며 "많은 이들이 휘발윳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값 인상에 대해 "베네수엘라가 지지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베네수엘라는 휘발유가 공짜에 가깝다.
보조금 덕에 소비자가가 매우 낮아 ℓ당 가격이 우리 돈 1원에도 못 미친다. 경제난 속에서도 20년 넘게 휘발윳값은 오르지 않았다.
문제는 휘발유를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산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누적된 관리 부실 등으로 원유 정제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미국 제재로 인해 원유와 휘발유를 맞바꾸는 거래도 힘들어졌다.
연료 공급선이 잇따라 끊기면서 갈수록 연료난이 극심해졌고, 기름이 없어 차가 움직이지 못하니 식품 등 생필품의 원활한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도 연료가 없어 출퇴근이 힘든 상황이다.

생계를 위해 차를 몰아야 하는 사람들은 휘발유나 경유 차량에 요리용 가스를 넣어 주행하는 위험천만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부자들은 공짜에 가까운 기름을 사기 위해 주유소에서 10시간 넘게 기다리는 대신 암시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암시장에서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ℓ)당 10달러(약 1만2천400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에 이란의 도움으로 베네수엘라 연료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역시 미국 제재 대상인 이란은 미국의 견제를 뚫고 153만 배럴의 휘발유 등을 실은 유조선 5척을 베네수엘라에 보냈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가 그 대가로 이란에 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달러로 샀다"고 말하며 이를 휘발윳값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
유가 보조금으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연 180억달러(약 22조원)의 부담을 진다고 AP는 설명했다.
재정이 열악한 베네수엘라 정부로선 큰 부담이지만 기름값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1989년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 위기가 찾아온 베네수엘라에서 유가 보조금 폐지 등 긴축안을 단행하려하자 거센 폭동이 벌어져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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