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규제' 행정명령 서명…게시글 '팩트체크'에 강력 반발
트럼프 "오늘날 가장 큰 위협" "견제받지 않는 권력" 맹공
입법까지 추진 예정…IT업계·민주당·법조계 등 일제 반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최근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물에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팩트체크를 한 데 대해, 분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즉각 반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회사가 이용자의 게시물을 임의로 고치거나 삭제하면 법적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 내용을 아예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정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의회에서도 강한 반발에 직면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SNS 회사들에 대해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표적으로 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SNS 회사들이 이용자를 차별하거나, 공정한 절차 없이 이용자의 온라인 플랫폼 접근을 제한한다면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른 법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행정명령은 "표현의 자유를 오랫동안 소중히 여겼던 이 나라에서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에 미국인들이 접근하고 퍼 나를 수 있는 발언들을 마음대로 고르도록 허용할 수 없다"며 "크고 힘센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여론을 검열한다면 그들은 위험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SNS 회사에 면책을 부여한 조항을 "그냥 없애거나 완전히 수정하기를 원한다"며 그 회사들이 더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특정) 관점을 가진 편집자 역할"을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이 일(SNS 규제)을 하려는 민주당원들의 전화를 받았다. 아마도 초당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매체들이 자신에게 공정하다면 "생각해볼 것도 없이"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것이며, 법적으로 트위터를 폐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트위터 측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서명식에 동석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기업의 법적 면책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행정명령은 또 상무부에 대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 절차에 착수하도록 청원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따라 FCC는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콘텐츠 차단이 "기만적이고, 거짓이며, 서비스 약관에 위배되는지"를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
아울러 미 정부의 온라인 광고비 지출을 재검토하고, 소셜미디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신고할 수 있는 기구를 백악관에 설치하도록 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각계에서 전방위 반발이 쏟아졌다.
구글 대변인은 "203조를 이런 식으로 약화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는 물론 인터넷 자유에 대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너무나도 충격적"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잭 발킨 예일대 헌법학 교수도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은 자신은 내버려 두고 트위터가 했던 짓(팩트체크)을 하지 말라고 소셜미디어 회사들을 겁주고, 강압하고, 회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CNBC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다른 인터넷 플랫폼들이 진실의 결정권자가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의 트윗에 트위터가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이자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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