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사람에 먼지 날리면 안돼"…'돈풀기' 후유증 경계한 리커창

입력 2020-05-29 10:22   수정 2020-05-29 10:26

"뒷사람에 먼지 날리면 안돼"…'돈풀기' 후유증 경계한 리커창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 인프라보다는 취업·소비 진작 주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고자 1천억원대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부작용을 여전히 경계했다.
29일 신랑재경(新浪財經)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오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경제를 안정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발걸음을 너무 부산히 한 나머지 후대 사람들이 갈 길에 먼지가 휘날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강도 높은 경기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돈풀기' 경기 부양책이 중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리 총리는 경기 부양 강도가 너무 세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정책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정밀하게 닿아야 한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우리는 '논에 물을 가득 대기'(大水滿灌) 방식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특수 시기에는 특수 정책이 필요한데 이를 '물을 대서 고기를 기른다'고 부른다"면서 "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고기가 살지 못하지만, 넘치면 거품이 생기고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나와 고기를 기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므로 우리가 사용하는 조치는 목적성이 있고, 정확한 지점에 약을 처방하는 식이어야 한다"며 "돈을 어디서 조달하든 또 어디에 사용하든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 부양 자금의 용처와 관련해 리 총리는 중국 중앙정부가 기층인 시와 현급 지방정부에 곧장 내려보내기로 한 2조 위안의 대규모 자금이 인프라 시설 투자보다는 고용 안정과 민생 보장, 소비 진작 등에 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거의 반세기 만에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경험한 중국은 통화 유동성 공급을 한층 늘린 가운데 정부가 대규모 공공 투자를 일으켜 경기를 살리는 '코로나19 뉴딜'을 본격화했다.
특별 국채 발행과 재정 적자 확대를 통해 마련된 2조 위안은 기층 정부를 통해 민생 보장 사업에 투입된다.
또 인프라 시설 투자 재원 확보에 주로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는 작년 2조1천500억 위안보다 커진 3조7천500억 위안으로 늘어났다.
특별 국채 발행, 재정 적자 확대, 특수목적채권 발행 등으로 확보된 경기 부양용 재원은 모두 6조 위안(약 1천37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나라 전체 경제 규모의 비춰봤을 때, 올해 중국의 경기 부양 강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온 4조위안대 경기 부양 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 정부의 부양 패키지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 수준이었다면서 2008년 부양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책과 대수만관식 유동성 공급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인 2008년 중국은 4조위안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펼쳐 비교적 큰 위기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헤쳐 나갔다.
그렇지만 이 같은 대규모 부양책은 경제 주체들의 부채 급증,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 양산,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여러 부작용을 낳아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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