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폭동 보복 공언한 문구 인용해 논란 자초…바이든 "폭력 선동"
'숨진 흑인 유족 위로' 수습 안간힘…"무정부적 혼란·약탈은 불용"
(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류지복 정윤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사건을 둘러싼 폭동 사태를 두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 시작"이라고 말해 거센 논란을 자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분노해 폭동을 일으킨 시위대를 '폭력배'(Thugs)로 규정한 뒤 군 투입에 총격까지 운운했고, 과거 흑인 시위 때 보복을 다짐한 한 경찰의 문구까지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께 올린 트윗에서 "이들 폭력배가 조지 플로이드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나는 이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썼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지난 25일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터지자 성난 군중의 폭동 사태가 일어났다.
그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논의했다고 밝힌 뒤 "그에게 군대가 내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며 군 투입은 물론 총격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실제로 폭동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일대에는 500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됐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외신은 이 발언이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라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용이 자칫 흑인 시위대를 향한 강경 진압을 묵인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트위터는 이 트윗이 올라오자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트위터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며 '보기'를 클릭한 뒤에야 원문을 볼 수 있도록 또다시 '딱지'를 붙였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동영상 연설에서 "지금은 선동 트윗을 할 때가 아니고, 폭력을 선동할 때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을 향한 폭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11월 대선 때 유권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대통령의 트윗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윗에 글을 올려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라는 언급은 "(시위대에 대한) 위협이 아니었다"고 말을 주워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26일 미니애폴리스 시위 때 1명이 총격으로 숨지고, 전날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7명이 총격으로 부상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말은 시위 현장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로서 말해진 것"일뿐 문구를 인용한 것이 아니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에서 열린 산업계 경영진과의 간담회 행사에서도 거듭 수습을 시도했다.
그는 "플로이드의 가족과 얘기를 나누었고, 훌륭한 분들이었다"며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격) 문구의 유래가 어디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미니애폴리스 상황이 무법적 무정부상태와 혼란으로 빠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약탈자들이 많은 평화시위의 목소리를 삼켜버리도록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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