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업신뢰지수, 2005년 3월 통계 집계 이래 최저
마이너스 성장률에 과도한 국가부채·재정적자 등 삼중고 심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5월 기업신뢰지수가 51.1로 지난 3월(79.5) 대비 28.4포인트(p) 급락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05년 3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것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5월 소비자신뢰지수도 3월 대비 5.8포인트 하락한 94.3으로 2013년 12월 이래 가장 낮았다.
통상 기업신뢰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는 향후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사용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통계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강도 높은 봉쇄가 한 달 내내 지속한 4월 통계는 집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중소기업협회 '콘페세르첸티'(Confesercenti)는 "코로나19가 기업을 붕괴시켰다"며 "일반 소매상점과 서비스업, 관광 섹터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모든 경제 영역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근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여파로 성장률 저하와 국가 부채, 정부 재정적자의 고질적인 '삼중고'가 더 심화하는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2차대전 이후 반세기 만에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에 비하면 5.4% 역성장했다.
1분기만 보면 1995년 이래 가장 저조한 경제성적표다.
애초 지난달 말 통계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4.7%, 작년 1분기 대비 -4.8%로 잠정 집계했는데 확정 수치는 훨씬 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 영향이 가장 크게 반영될 2분기는 낙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29일 경제 전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선방하면 -9%,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13%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국가부채 비율과 정부 재정적자 문제도 악화일로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경제·재정계획을 통해 올해 국가 부채 목표를 GDP의 155.7%로 설정했다. 이는 작년 134.8% 대비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 수치가 현실화한다면 2차대전 이래 최악의 국가 부채를 짊어지게 된다.
코로나19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한 지출 확대로 올해 재정적자도 GDP 대비 10.4%까지 늘어나 1991년 이래 30년 만에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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