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것이 돈일 때만 재산신고 대상" 억지 해명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에서 2년여 전 '명품시계 스캔들'을 일으킨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에게 면죄부를 준 반부패위원회(NACC)가 최근 궁색한 변명을 내놔 비판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이 스캔들은 쁘라윗 부총리가 군부 정권 시절인 2017년 12월 내각 각료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던 도중 따가운 햇살 때문에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가 팔목에 차고 있던 명품시계와 손가락에 끼고 있던 큼지막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과거 쁘라윗 부총리의 공개 행사 참석 사진을 일일이 확인,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명품시계 24개와 반지 12개를 찾아내 가격 정보를 공개했다.
시계는 롤렉스 등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 브랜드였고 네티즌들이 추산한 합산액은 2천만 바트(약 6억8천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NACC는 1년 뒤인 2018년 12월 쁘라윗 부총리의 공직자 재산신고 고의 누락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NACC는 당시 '친구에게서 시계 22개를 빌렸다가 모두 돌려줬고, 반지는 부총리가 된 후 상속받았다'는 쁘라윗 부총리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31일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야당 인사가 지난해 1월 NACC에 쁘라윗 부총리 무혐의 처분의 이유를 공식 질의했다.
NACC는 최근 답변서에서 "공직자 재산 신고에 넣어야 하는 부채는 단지 돈이며, 사용하려고 빌렸다가 원래 형태로 돌려주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쁘라윗 부총리는 빌린 시계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타이랏차이 전 재무부 장관은 "NACC의 (유권)해석은 상식에 어긋난다"면서 "그와 같은 사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전 사례를 제시해보라"고 지적했다.
태국 민주화운동 단체인 '진보운동'을 이끄는 법률 전문가인 삐야붓 교수도 "그런 해석은 광범위한 재산 은닉의 길을 열어 공직자 재산신고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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