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로 코로나위기 넘는다…투자·일자리 효과 있을까

입력 2020-06-01 12:00   수정 2020-06-01 18:00

'한국판 뉴딜'로 코로나위기 넘는다…투자·일자리 효과 있을까
현정부 임기 2022년까지 1단계 사업계획은 구체화…이후는 추진동력 상실 우려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1일 기본 골격을 공개한 '한국판 뉴딜'은 단기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기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동력을 발굴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을 갖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인프라 투자를 선도해나가면 민간부문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뒤따를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에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총 31조3천억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과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정부 "한국판 뉴딜, 경제활력·성장률 제고에 기여"
1일 공개된 한국판 뉴딜은 7월 발표될 종합계획의 '예고편' 성격이다.
여전히 한국판 뉴딜이 어떤 사업에서 어떻게 진행돼 어느 정도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성장을 뒷받침할지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양대 축으로 삼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사업들을 보면 한국판 뉴딜의 큰 방향만 감지할 수 있는 정도다.
먼저 디지털 뉴딜은 ▲ 데이터·네트워크·AI(인공지능) 등 'DNA' 생태계 강화 ▲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 교육·의료 등 비대면 산업 육성 ▲ 농어촌·공공장소·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등 4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제시됐다.
그린 뉴딜은 ▲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분야와 추진 과제들이 설정됐다.
이를 위한 '고용안전망 토대'를 갖추기 위해 ▲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 ▲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정 지원 ▲ 고용시장 신규 진입·전환 지원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2년 반 동안 총 31조3천억원의 재정을 투자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뉴딜에 13조4천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33만개를 만들고, 그린 뉴딜에 12조9천억원을 들여 일자리 13만3천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내수·수출 활성화 방안이 다수 포함된 만큼, 경제 활력과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디지털경제 관련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노인 일자리'와 비슷하게 '단시간 청년 IT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일자리를 통해 구축될 디지털 인프라 기반이 나중에 디지털 경제의 밑거름이 돼 미래 성장동력의 기반이 될 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일자리사업의 경우 단시간 일자리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고령화시대에 노인의 '일하는 복지' 구상을 구체화한 사례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는 만큼, 정부가 또다른 '단시간 청년 IT 일자리'를 양산하려 한다는 비판을 섣불리 내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 추진중인 사업 '재포장' 비판…정부 "사업규모 키우고 더 빠르게 추진"
이번에 공개된 개별 사업들 가운데 일부는 '재탕'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기존에 추진해오던 정책을 '디지털', '뉴딜'로 포장해 다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례로 디지털 뉴딜 가운데 데이터 구축·개방·활용, 공공시설 와이파이 구축, 5G 국가망 확산, AI 인재 양성 등은 이미 추진 중이던 사업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비록 새로운 사업은 아닐지라도 기존에 민간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부분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 오고 있던 것들의 사업 규모를 키우고 추진 속도를 더 가속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코로나19 이전의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진행할 수 없던 사업들을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추진하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한다.
2025년까지 총 76조원 수준의 투자를 진행할 '장기 프로젝트'가 국가적 어젠더로 살아남아 끝까지 이행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에 속하는 2020∼2022년을 1단계로, 다음 정부 임기에 속하는 2023∼2025년을 2단계로 설정해 각각 31조3천억원, 4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1단계 31조3천억원에 대해서는 연도별 사업 내용과 재정 소요, 일자리 창출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기간 재정 소요는 정부가 내주 국회에 제출할 3차 추경안(5조1천억원), 8월 말 제출할 2021년도 정부 예산안에 담길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 이후는 예산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23∼2025년에 추진될 2단계 45조원 규모 사업의 상세 내용은 7월 중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 구체화해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 전문가 "경기부양 효과 있을 것" vs "당장 시급한데 올해 추진할 정책 역부족"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이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당장 경기 회복이 시급한 하반기에 눈에 띄는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당초 의도한 대로 민간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확장 재정이 필요한 시점에 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한국판 뉴딜이 확장재정을 넘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서, 기존 정책들을 디지털 관련, 환경 관련으로 단순히 묶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판 뉴딜 사업에 제시된 일자리를 보면 여전히 정부에서 (도맡아) 하는 느낌이 강한데 민간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들과 연결이 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각종 규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내용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에서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이전지출과 달리 정부가 직접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은 승수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다만 "2~3년 뒤보다 지금 당장이 더 시급한데, 경기가 안 좋을 때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지금 당장 숨넘어가는 데 너무 길게 본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좋은 정책들이지만 당장 올 하반기에 경기 부양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정책이 눈에 안 띈다"며 "내년부터 할 게 아니라 당장 하반기부터 추진해야 맞는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짠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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