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64% "홍콩 의회 우회한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中, 전인대 상무위 공작보고에 '관련 입법 가속' 명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를 우회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가운데 홍콩인의 과반수가 이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홍콩인과 미국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홍콩보안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홍콩 명보가 홍콩대 여론조사센터에 의뢰해 지난달 25∼29일 15세 이상 홍콩인 8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중국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우회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4.3%를 차지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와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전인대는 지난달 28일 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켰으며,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세부 내용을 만든 후 홍콩 기본법 부칙에 이를 삽입, 시행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내에 홍콩보안법 집행기관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0%가 반대했으며, 24.6%가 찬성했다.
응답자의 65.5%는 홍콩보안법 입법 과정에서 홍콩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20.5%는 이것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다만 국가보안법 제정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52.3%는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금지·처벌해야 한다고 답해 국가보안법의 취지 자체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20.2%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민주파'나 '홍콩파'라고 답한 응답자는 51.9%를 차지했지만, '친중파'나 '공상(工商)파'라고 답한 사람은 12.4%에 지나지 않았다. 공상파는 친재계 성향을 일컫는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범민주 진영은 중국 전인대가 주도하는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홍콩인들의 분노를 잘 보여준다고 해석했지만, 친중파 진영은 국가보안법 제정이 공감대를 얻었다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한편 대만 정당 시대역량이 지난달 25∼26일 20세 이상 대만인 8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3%가 홍콩인을 지원하기 위해 '난민법'과 '홍콩마카오조례'를 개정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4%였다.
중국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홍콩 자치의 퇴보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홍콩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을 뜻을 밝혔다.
홍콩보안법 제정 소식이 들려온 후 홍콩 내 해외 이민 서비스 업체에는 대만 이주 등에 관해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 시위 사태 후 대만으로 이주하거나 유학하는 홍콩인도 급증했다.
이러한 홍콩인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홍콩보안법 처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신화통신이 공개한 전인대 상무위원회 공작보고 전문을 보면 지난 25일 공개됐던 공작보고 내용에서 추가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추가된 부분은 '홍콩보안법과 관련된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전인대에서 통과된 법안이 발효되려면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최소 3차례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보통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두 달에 한 번 개최되며, 3차례 심의를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전인대 공작보고에서 관련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낸다고 명시한 만큼 홍콩보안법 제정은 다른 법안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 홍콩 대표인 예궈첸(葉國謙)은 "이르면 이번달에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한 후 홍콩 기본법 삽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이처럼 홍콩보안법 입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을 거론하는 것에 맞서 중국의 입법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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