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이상 증가·세포 팽창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견
미 텍사스대 연구진, 저널 '트렌즈 인 캔서'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에 대한 화학치료(chemotherapy)는 의사들 사이에서 약칭 '키모'로 통한다.
키모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한다. 그래서 화학치료를 받은 암 환자에겐 심한 통증과 부작용이 따른다.
그런데 키모를 해도 죽지 않는 암세포가 있다.
이런 '불량 세포(rogue cells )'는 CT나 MRI로도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은밀히 숨어서 더 크고 공격적인 세포로 변해 악성 암 재발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암세포의 특징은 염색체 수가 정상보다 최고 32배까지 늘어나면서 세포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다. 암 치료제에 대한 내성도 더 강해진다.
어찌 보면 화학치료로 암을 잡으려다가 더 치료하기 어려운 암세포의 씨앗을 뿌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과학자들이 이런 형태의 암 재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런 암세포의 염색체 증가를 차단하는 저분자 약물도 찾아내 세포 실험에서 일부 효능을 확인했다.
텍사스대 메이스 암센터의 다루카 마하데반 혈액학 종양학 교수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저널 '트렌즈 인 캔서(Trends in Cancer)'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마하데반 교수는 "이런 암세포는 정상의 두 배 이상으로 염색체가 늘어나는 데다 다른 유전적 변이도 생겨, 치료해도 잘 죽지 않는다"라면서 "많은 화학치료는 도리어 암세포의 염색체 증가와 유전자 변이를 촉진한다"라고 지적했다.
마하데반 교수는 20년 넘게 이런 유형의 암세포 재발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마하데반 교수팀은 불치의 고도 림프종에 '더블 히트'처럼 작용하는 두 개의 유전자, c-Myc와 BCL2를 발견했다.
이들 유전자가 발현했을 때 림프종 세포는 큰 세포로 변해, 치료를 회피하면서 더 오래 살아남았다.
치료 약에 반응하던 림프종 세포도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분열을 시작했고, 분열 직후 작았던 세포가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 두 유전자는 이런 과정에도 모두 개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암세포의 염색체 증가를 차단하는 저분자 후보 약물을 찾아냈고, 이어진 세포 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와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약물이 임상 시험을 통과하면 다른 화학 치료제와 병행 투여해, 화학치료로 변이한 염색체 증가 암세포의 약물 저항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이 후보 약물은 림프종 외에 다른 유형의 암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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