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경찰관의 흑인 살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데 대해 이란 정부는 미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미국 정부는 군대, 즉 '맹견과 불길한 무기'를 동원했다. 그렇게 하는 대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파탄 지경인 정책을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외국에 대한 모험주의에 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자초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궁지에 몰렸다"라고 지적했다.
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미국은 수많은 독재자를 지원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개입하고 핵무기 개발 야욕에 돈을 퍼부어 자국민을 괴롭혔다"라며 "이런 미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건 놀랍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의 부를 나누고 권리를 찾으려는 국민을 억압하고 감옥에 넣는 미국 정권을 규탄한다"라며 "미국 국민은 인종차별과 부패, 불의, 무능한 지도자에 염증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흑인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자들이 있다.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에게 인종차별에 맞선 전쟁은 벌써 해야 했을 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리프 장관은 2018년 6월 이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미 국무부의 성명에서 '이란'을 '미국'으로, '미국'을 '이란'으로 고친 뒤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란에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이란 정부의 무능과 인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한 미국을 미 국무부의 성명을 첨삭하는 방식으로 그대로 되돌려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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