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얀마 이상화 대사 서면 인터뷰…"코로나 사태, 보건 분야 새 협력의 지평 열어"
특별기 편성·한국 엔지니어 30명 입국 처음 허용…미얀마어 '상록수' 뮤비도 관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코로나19 사태는 기존 교역·투자 외에 보건이라는 새로운 대(對)미얀마 협력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이미지를 미얀마에 각인 시켜 줬습니다."
주미얀마 이상화 대사는 2일 한-미얀마 수교 45주년을 맞아 가진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외교로 양국 관계가 더 심화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사는 특히 코로나19 지원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 그리고 한인 사회가 하나로 이른바 팀코리아를 이뤄 '딴요진'을 미얀마 국민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딴요진은 한국의 정(情)과 같은 뜻을 가진 미얀마 단어다.
이에 미얀마도 총 21차례의 구호용 특별기 편성과 외국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우리 기업 엔지니어 30명의 입국도 허용하는 등 호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대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과 미얀마가 지난달 수교 45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축하 메시지도 교환했다.
▲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50주년, 70주년 등 10년 단위의 정주년이 아닌 수교 45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 간 축하 메시지를 교환하는 것은 미얀마에서도 흔치는 않은 일이다.
1975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지난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되는 양국 정상 간 신뢰와 우의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 말씀대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협력이 한층 공고해지는 듯하다. 기존 경제협력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양국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 미얀마어에 '딴요진'이란 말이 있다. 우리의 정(情)과 딱 들어맞는 단어다. 정과 사람 간 믿음을 중시한다는 게 양국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코로나19는 기존 투자·교역 외에 보건이라는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수치 국가고문은 지난해 "가장 훌륭하고 현명한 투자는 미얀마 국민의 교육과 보건에 대한 투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보건의료 인프라 강화 수요가 높은 미얀마에 우리의 선진 기술과 역량을 전수하는 좋은 계기도 되고 있다.
-- 대사관과 기업, 한인사회가 하나가 돼 미얀마 국민과 '딴요진'을 나누는 모습이 많은 것 같다.
▲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핵심적으로 추구한다.
코로나 지원 활동에서 기업들과 대사관은 홍보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전략을 조율했다.
미얀마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3월 23일)한 바로 다음 날부터 총 11개 우리 기업이 진단키트, 방역복, 마스크 등 의료물품을 지원하는 모습이 연쇄적으로 현지 언론에 실렸다.
정부, 우리 기업 그리고 한인사회가 '팀코리아'(Team Korea)로 힘을 모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은 미얀마 정부와 국민에게 한국에 대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켜 주고 있다고 본다.
-- 미얀마 당국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들었다.
▲ 한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어려웠던 3월 미얀마 내 우리 봉제 업체가 생산하는 방역복을 국내에 긴급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대한항공 취항이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방역복을 어떻게 대량으로 운송하느냐가 문제였지만, 결국 우리 군 수송기를 동원하여 방역복 8만벌을 긴급 수송했다.
미얀마 측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협조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현지 우리 국민의 일시귀국 수요가 컸을 당시에도 대사관은 한인회와 함께 미얀마 당국 및 국제항공사와 긴밀히 공조해 총 21회의 구호용 특별기를 편성했다.
미얀마 정부가 여전히 강도 높은 입국 제한조치를 취하는 가운데에서도 며칠 전 외국 기업인 최초로 우리 건설업체 엔지니어 30명의 입국을 허용한 것도 한국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 미얀마 SNS 서포터즈들이 미얀마어로 상록수를 부르는 동영상이 인상적이다. 주미얀마대사관도 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인 것 같다.
▲ 미얀마는 컴퓨터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도 활발하다. 이를 고려해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 및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새롭게 편곡돼 공개된 '상록수' 뮤직비디오를 SNS 서포터즈와 함께 미얀마어로 제작한 것이다.
단순한 자막이 아니라 현지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상록수를 개사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은 전 재외공관 중에 주미얀마 대사관이 유일하다고 들었다.
많은 미얀마인이 미얀마로 된 이 뮤직비디오에 좋은 반응과 큰 관심을 보여 보람을 느끼고 있다.
-- 미얀마와의 또 다른 45년을 향해 가는 길에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수치 고문은 올 초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꽃은 수심이 깊을수록 더욱 우아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국빈방문 때 미얀마의 젖줄로 불리는 에야와디 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언급하신 바 있다.
함께 손잡고 멀리 가고 싶은 벗, 미얀마에 한국은 그런 이미지를 가진 친구의 나라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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