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안 꺾인 멕시코·브라질 등 점진적인 경제활동 재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남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긴 봉쇄에 지친 국가들이 조금씩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의 나라별 집계를 종합하면 현재 중남미 30여 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4만 명가량이다.
전날 100만 명을 넘어서고도 빠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기준 전 세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 10개국 중 브라질(2위), 페루(4위), 칠레(6위), 멕시코(8위) 등 중남미 국가가 4곳이나 들어있다.
이 지역 대부분의 국가가 최근 며칠 새 신규 확진자 최고치를 찍는 등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인 국가들도 길어진 봉쇄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날부터 건설업, 광산업, 자동차 제조업 등을 재개하는 등 분야별, 지역별로 서서히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휴양지 캉쿤은 관광업 재개 계획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상파울루에 이어 확진자가 많은 리우데자네이루는 2일부터 점진적으로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리우 일부 지역에선 미용실과 호텔, 자동차 수리점 등이 이날부터 영업했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도시 마나우스도 비필수 활동에 대한 봉쇄 조치를 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 초반에 의료·장례 시스템 마비가 나타났던 에콰도르는 이날 민간 항공기의 운항을 재개했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단축했다.
콜롬비아의 경우 수도 보고타의 격리령과 항공 운항 중지 등은 연장됐으나 제2 도시 메데인의 경우 이날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불투명한 통계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1일 이발소와 미용실, 건설 현장, 은행 등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의 새 진앙이 된 중남미의 이른 봉쇄 완화는 불안과 우려도 낳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남미 국가들의 봉쇄 완화 현황을 소개하며 "남미가 유럽 국가들의 선례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최악의 상황이 지난 후에야 봉쇄 완화를 시작한 반면 남미는 확산이 한창인 순간에 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 중 비교적 조기에 봉쇄를 푼 영국과 러시아조차도 1차 정점이 지난 후에 활동을 재개했다고 AP는 꼬집었다.
중남미엔 유럽보다 코로나19가 뒤늦게 도착했고, 초반 확산 속도도 느렸다. 그러나 입국 제한과 휴교 등 봉쇄 조치는 유럽 국가들과 큰 차이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장기화한 봉쇄에 피로감도 커졌다.
특히 비공식 노동자와 빈곤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긴 봉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여서 확산 위험을 무릅쓰고 봉쇄 완화를 택한 것이다.
범미보건기구(PAHO)의 마르코스 에스피날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때이른 봉쇄 완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진앙 한가운데에 있다면 봉쇄 해제를 권고하지 않는다. 국민의 목숨이 소중하다. 여기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 사라고사대의 감염병학 교수 헤수스 고메스 카르데네스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을 때 문을 여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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