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질서 대통령' 강조…시위대 해산 후 불난 교회 방문
교회서 성경 들고 의지 과시…"목가적 로즈가든 연설 때 밖에선 충돌"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미 전역의 폭력 시위에 강경 진압 방침을 밝힌 기자회견 당시 백악관 안과 밖에선 전혀 상반된 풍경이 연출됐다.
회견이 열린 백악관 안 로즈가든에선 기자들과 참모진 등 제한된 인원이 자리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의 대통령"으로 자처하며 불법 폭력시위 엄단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정의가 없는 곳에는 자유가 없다. 안전이 없는 곳에는 미래가 없다"며 법질서 수호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폭력 시위대를 향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평화로운 시위자들의 동지"라고 강조했다.
이즈음 백악관 밖에선 수백 명의 인파가 백악관 북쪽의 대표적 집회·시위 장소인 라파예트 공원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백악관 주변을 비롯한 주요 지역엔 워싱턴DC 방위군 1천200명이 전원 투입돼 경찰과 함께 시위대와 대치,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비밀경호국 요원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세관국경보호국(CBP) 인력도 법집행을 위해 배치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또 국방부는 뉴욕과 뉴저지 등 5개 주에서 주방위군 600∼800명을 지원받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CNN은 200∼250명의 현역 헌병 대대가 워싱턴DC에 배치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르면 이날 밤 도착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회견 시작 전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손을 들거나 한쪽 무릎을 꿇고 "쏘지 말라"고 외쳤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때 백악관 주변에는 믿을 수 없는 TV 분할 화면이 전개됐다"며 "그가 백악관의 목가적인 로즈가든에서 연설하는 동안 백악관 밖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는 군 차량이 줄줄이 나와 라파예트 공원에서 시위자들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법집행 당국 측이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기 전까지는 시위 참가자들은 평화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AP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7분가량 회견문을 읽고 나서 별도 문답 없이 퇴장한 뒤에는 보여주기식 의도된 행사가 펼쳐졌다. 그는 회견 말미에 "이제 나는 매우 매우 특별한 장소에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터였다.
백악관 밖으로 걸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경비 병력이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흩어놓은 뒤 확보한 길을 이용, 라파예트 공원 건너편의 세인트존스 교회를 찾았다.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이 교회는 전날 밤 시위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방관들이 재빨리 진화,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교회는 1815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곳으로, 미국의 4대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예배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한손에 성경을 든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 앞에서 참모진을 '병풍'처럼 도열시키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도 취했다.
그의 오른편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왼편에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과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이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한 뒤 다시 백악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이동하는 동안 인근 건물 옥상 등 곳곳에는 비밀경호국 소속 요원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한편 워싱턴DC에선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격화하면서 이날과 2일 각각 오후 7시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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