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유의 여신상'…中언론, 시위사태 미국 연일 맹비난(종합)

입력 2020-06-02 15:56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中언론, 시위사태 미국 연일 맹비난(종합)
전문가 "중국공산당이 미국보다 낫다는 것 보여주려 해"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언론이 미국 전역으로 번진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연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미국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일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에서 '인권의 아래에'(人權之下)라는 글귀와 함께 화염이 치솟는 장면을 배경으로 한쪽이 무너져 내린 자유의 여신상이 백악관을 굽어보는 그림을 실었다.
자유의 여신상의 허물어진 부분에는 경찰 제복이 드러나 있는데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숨을 앗아간 백인 경찰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중국 누리꾼은 "인권의 가면으로 뼛속의 추악함을 감출 수 없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인민일보는 또한 논평에서 "홍콩의 폭력 시위대를 '영웅', '투사'로 미화했던 미국이 왜 자국 내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민중을 '폭도'라고 부르나? 홍콩 경찰의 문명적 법 집행을 비난하면서 왜 국내 시위자에 총을 쏘고 심지어 주 방위군까지 동원하나?"면서 "미국 정치인들에게 인권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몽둥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 시위는 '국가의 파탄'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의 해묵은 사회적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주의자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이어 "인종 불평등과 차별, 사회 양극화 등 미국의 오랜 문제가 트럼프 정부 들어 더욱 증폭됐다"고 평가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인종 문제를 이용해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것은 저학력·저소득 백인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인종차별은 미국 사회의 고질병이며 현 시위는 이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이날 칼럼에서 지난해 홍콩 시위를 부추겼던 미국이 흑인사망 항의 시위를 폭동이라고 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홍콩은 다시 질서를 찾겠지만 미국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정치 시스템 쇠퇴와 경제 악화로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 편집장은 지난 1일에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해 홍콩 시위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묘사했다고 상기하면서 "이제 아름다운 광경은 홍콩에서 미국으로 번졌다"고 조롱했다.
중국 언론은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극심한 갈등을 겪는 가운데 미국 시위를 실시간으로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날도 중국중앙방송(CCTV)은 플로이드의 부검 결과를 자세히 전하는 등 장시간을 할애해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CCTV는 시위대가 촬영한 경찰의 폭력을 묘사한 동영상 등을 부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트럼프를 닮은 인물이 'WHO'라고 적힌 산소탱크의 호스를 절단하자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말하는 모습의 풍자만화를 실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중국 언론이 미국의 코로나19 상황과 시위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중국공산당이 코로나19 퇴치와 사회관리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면서 "미국이 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주된 메시지"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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