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나는 무덤 파는 사람이 아니다" 발언
사망자 일일 증가폭 최대 기록 속에 말라리아약 사용 지지 입장 확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무성의한 위로 발언으로 또다시 빈축을 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 앞에서 만난 지지자가 코로나19 사망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말을 부탁하자 "모든 사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나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무성의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날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1천199명 보고됐다. 전날보다 1천262명 늘어나며 지난 3월 17일 첫 사망자 보고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이 물의를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20일에는 사망자가 2천500명을 넘은 데 대해 질문을 받고 "나는 무덤 파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듯이 답했다.
사망자가 5천명을 넘으며 중국보다 많아진 4월 28일에는 "유감이지만, 내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가?"라면서 "내가 메시아지만 기적을 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운데 이름인 '메시아'를 인용한 이 발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하루 뒤에는 대법원이 코로나19 대응 조치의 권한이 주지사와 시장에게 있다는 판결을 거론하면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책임은 주지사와 시장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환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유사 악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많은 의사가 말라리아약 사용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이 약 사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효과를 극찬하고 직접 복용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약품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에 대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약효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성을 우려해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배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보건부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지난달 20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중증 환자뿐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고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과 함께 처방하도록 권고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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