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 22%'…내전 속 예멘 코로나19에도 강타당해

입력 2020-06-03 16:41  

'치명률 22%'…내전 속 예멘 코로나19에도 강타당해
5년여 장기 내전으로 보건·의료 체계 와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1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비극이 벌어지는 현장인 예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강타당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예멘 정부와 반군의 통계를 종합하면 2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03명, 사망자는 88명으로 추산된다.
내전 탓에 감염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공개된 자료만 살펴봐도 예멘은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다.
2일 현재 치명률이 22%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평균인 6%보다도 월등하게 높을 뿐 아니라 벨기에(16%), 프랑스(15%), 이탈리아·영국(각 14%) 등 치명률이 높은 서유럽 국가와도 차이가 크다.
5년여에 걸친 장기간 내전으로 보건행정·의료·방역 체계가 사실상 와해한 터라 예멘은 전염병에 특히 취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로는 예멘에서 2016년 10월부터 창궐한 콜레라에 올해 1월 현재 235만명이 감염됐고 4천149명이 숨졌다. 사망자의 절반이 13세 이하 어린이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예멘 정부는 말라리아에 11만7천명, 뎅기열에 2만3천명이 감염됐다면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5년여간 내전 중인 예멘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참사가 시작됐다면서 국제사회가 시급히 도와야 한다고 지난달 21일 호소했다.
예멘에서 의료 구호 중인 MSF는 지난달 21일 낸 성명에서 "예멘 남부 아덴에 MSF가 설치한 코로나19 치료센터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라며 "우리는 지금 아덴에서 대참사의 서막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MSF는 이 성명에서 4월30일부터 5월17일까지 이 치료센터에 코로나19 감염자 173명이 입원해 이 가운데 최소 6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치명률이 최소 40%에 달한 셈이다.
MSF는 "아덴 치료센터에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실제 피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며 "환자가 치료센터에 올 땐 이미 늦었고 많은 환자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죽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예멘 내전에 직접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엔과 함께 2일 예멘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긴급 화상 회의를 열어 13억5천만달러(약 1조6천억원)를 모금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회의에서 "예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시간과 싸움이다. 국제사회의 원조가 없으면 예멘을 지원하는 유엔의 주요 사업 41개 중 30여개가 몇 주안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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