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문가…"신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 꺼리는 미국에 보내는 신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년 만에 개정된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원칙'을 승인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러시아 전문가들이 3일(현지시간)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자국 핵억지력의 성격과 핵무기 사용 기준을 담은 새로운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원칙을 담은 문서에 서명하고 이를 법률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러시아가 지금까지 군사독트린 부속 문서로 채택해 비공개로 유지하던 핵억지력 원칙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러시아는 현재 지난 2014년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군사독트린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의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원칙'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지난 2010년에 10년 기한으로 채택됐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새 핵억지력 원칙에서 핵무기 사용 기준이 바뀐 것은 없으나, 핵무기 사용의 근거가 되는 위험한 상황들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기술됐다.
새 원칙은 군사·정치 상황에 따라 핵억지력 사용이 필요할 수 있는 주요 군사적 위험한 상황으로 먼저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이나 수단, 중단거리 순항·탄도미사일, 정밀 극초음속 무기, 공격용 무인기 등을 배치하는 경우를 들었다.
잠재적 적이 우주 공간에 미사일 방어(MD) 수단이나 공격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배치하는 상황도 위험 상황으로 꼽았다.
이밖에 핵무기나 운반 수단, 그것의 제작을 위한 기술이나 장비 등이 통제되지 않고 확산하는 상황이나, 비핵국가 영토에 핵무기나 운반수단이 배치되는 상황도 역시 핵무기 사용의 근거로 규정됐다.
러시아 군사전문잡지 '조국의 전력' 편집장인 빅토르 무라홉스키는 새 핵억지력 원칙에는 이전에 군사독트린, 국가안보전략, 대통령의 국정연설 등에 흩어져 있던 내용이 집약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원칙이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 논란과 관련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면서 '만일 뉴스타트가 연장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새 원칙에 근거해 독자적 정책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러시아의 지속적 위반을 명분으로 내걸고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으며, 지난달 21일에는 역시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항공자유화 조약 탈퇴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내년 2월 만료되는 유일하게 남은 핵통제 조약인 뉴스타트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체결돼 2011년 2월 5일 발효한 10년 기한의 뉴스타트 협정은 2021년 2월 5일 만료된다.
이 조약은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의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연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미국은 양자 협정이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주요 핵보유국이 동참하는 새로운 협정이 필요하다면서 뉴스타트를 그대로 연장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