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트럼프 신임잃어…백악관 안보보좌관, 에스퍼 발언 프린트해 고자질도"
참모들 "어리석은 일" 만류…당장 경질 보다는 '허수아비 장관'직 유지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사망' 시위 사태 진압을 위한 군 동원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 대해 격노한 상태이며, 한때 '경질'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4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에스퍼 장관의 발표에 무방비로 허를 찔렸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에스퍼 장관이 준비해온 발언을 그대로 읽었다는데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원고를 읽었다는 것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현장에서 말실수한 것이 아니라 '작심 발언'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이 언론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전날 브리핑 발언으로 큰 파문을 낳은 바 있다. 국방수장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군 동원 방침에 공개적으로 '항명'한 셈이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를 내며 에스퍼 장관을 대체할 인사들의 명단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제 경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에 대해 몹시 화가 나긴 했지만, 주변의 측근 참모들이 에스퍼 장관을 현시점에서 해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해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이번 항명 파동으로 수면 위로 불거지긴 했지만 이미 몇달전부터 에스퍼 장관에 대한 백악관의 시선은 싸늘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이번 일이 있기 전부터 에스퍼 장관을 바라보는 백악관 내 정서는 서서히 뒤틀려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에스퍼 장관이 군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에 완전히 전념하지 않는다고 여겨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몇달 동안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또는 그의 정책을 제대로 방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한다. 또한 군을 이끄는 에스퍼 장관의 능력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TV에 나오는 에스퍼 장관의 발언 가운데 백악관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거나 '궤도이탈'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CNN이 전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최소한 한 번 이상 현안에 대한 자신의 발언과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프린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두 발언을 보다 선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CNN도 복수의 인사를 인용, 현재 직면한 위기와 대선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 등을 감안, 백악관도 그를 해임하는 데 대해서는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눈밖에 난 인사들에 대해 실제 해임할 때까지 한참 동안 힘이 빠진 채로 직을 유지시켰던 전력을 들어 에스퍼 장관도 '허수아비 장관'으로서 비슷한 길을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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